그냥, 항상 똑같지 뭐.
잘 지내냐는 말에
잘 못 지낸다고는 할 수 없어
그저 옅은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지금의 내게는 우울이
조용하게 곁을 지키고 있다.
잘게 쪼개어진 우울들이
내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
내 앞길을 가로막는다.
하루하루 우울한 날을 버티다보면
분명히 하루쯤은 또 기분 좋은 날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에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언제나 불행은 행복보다 크다.
행복을 다 느끼기도 전에
슬며시 찾아와 순서를
기다리는 우울이 보인다.
그러니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우울은 물 먹은 솜처럼 추욱
늘어져 잔뜩 무겁게 나를 짓누르고,
행복은 봄바람에 춤추는
분홍빛 벚꽃만큼 가벼워서
내게서도 금방 날아가는 걸까.
언제쯤 자신 있게 웃으며
‘난 잘 지내, 행복해.’
하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