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하러 부산에 온 소감을 세 가지 따뜻함으로 적어봤습니다
제가 사는 파주는 아침저녁으로 상당히 선선합니다.
10월 초면 긴팔은 필수죠.
10월 4일, 와이프가 사준 두툼한 셔츠를 입고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기차를 탈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습니다.
행신역에는 저랑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열심히 강의 자료를 기차 안에서 다듬었더랬죠..
참고로 저는 '버크만'이라는 진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진단은 개인의 흥미, 욕구, 평소행동, 스트레스 행동을 바탕으로 팀 전체의 갈등이나 개인과 팀장의 갈등을 확인하고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진단입니다. (외부 강의는 하지 않고 회사 내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PPT 수정이라는 '몰입의 즐거움'을 가진 후, 부산역에 도착했는데 맙소사.. 많이 덥네요...
부산의 24도는 파주의 24도와 다른 느낌입니다. 반팔에 크롭티도 종종 보입니다.
거기에 10월 4일인 오늘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해서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온다고, 아주 여기가 부산인지 상해인지 파리인지 뉴욕인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어, 불어, 영어가 부산사투리보다 더 많이 들립니다.
날씨가 따뜻하니 머릿속에 생각난 건 역시나, '밀면'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해 둔 ‘**밀면’에 갔더니 너무나 따뜻한 말투로 맞아주십니다. 심지어 육수도 온육수입니다. ^^
'부산'하면 강한 악센트의 사투리죠.
이곳도 역시 강한 사투리로 주문을 받으셨지만, 환하게 웃어주시고, 혼자 갔지만 1인석이 아닌 편한 자리에 앉으시라는 등, 배려해 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기분이 좋아져서 비빔밀면 곱빼기에 만두 반판을 시켰네요)
여기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돼지국밥을 먹으려 '**집'이라는 국밥집에 갔는데 여기도 장난 아닙니다.
핸드폰으로 야구 경기를 보려니 아예 핸드폰 거치대도 가져다줍니다.
술도 안 먹는데 이분들의 따뜻한 행동으로 '해장(解腸)'이 제대로 되어버렸습니다.
속이 풀리니 마음이 풀리고, 마음이 풀리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납니다.
저만큼 국밥을 좋아하는 딸의 얼굴이 그려져 2인분을 포장하니 2천 원을 깎아줍니다.
파주 먼 길 간다고, 넉넉히 넣어줍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황정민 배우는 어디 가고 없고, 덥수룩한 수염의 국밥집 주인장 얼굴이 이제 부산을 대표할 거 같습니다.
강의는 기장의 한 호텔에서 진행했고요.
역시나, 기장의 바다는 고즈넉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강의를 하면 가장 두려운 게 '무관심'입니다.
차라리 비판적인 분들은 제대로 답을 해 주면 되는데, 관심이 없는 분들은 제대로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번 제 강의 대상은 추석 6일간 연휴 이후 1박 2일로 워크숍을 참가하는 현장 직원들입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16명이죠. (몇 명은 어젯밤을 새우고 왔습니다). 거기에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합니다.
이럴 경우 몇 명이 핸드폰을 보기 시작하면 답이 없습니다.
우려가 있긴 했지만, 감사하게 2시간 동안 집중을 잘해 주시고 따듯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버크만 진단은 숫자와 bar 형태로 마음 내면이 표현되는 게 있는데, 그걸 서로 나누면서 '아.. 우리 팀장님이 이랬구나..;, '저분은 불만이 있는데 참고 있구나..' 등을 알게 되니까 서로 장난도 치고, 분위기도 띄워주시고 하더라고요.
2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습니다 ^^
지방 강의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마무리가 잘 된 거 같아 감사가 됩니다.
날이 더 추워지는데, 마음은 계속 따뜻하게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P.S)
더운데 왜 비빔이냐고요? 밀면 최대 장점은 이겁니다.
비빔을 반 정도 먹고, 육수를 주문하면 물밀면에 들어가는 육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살얼음 동동 띄운 냉육수를 여기에 부어 먹으면 아주 기가 막힙니다.
(부산 분들은 '물비빔'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강의 때 속 뒤집히는 걸 막으려고 따뜻한 온육수를 부어 마무리를 했는데
이렇게 해도 맛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