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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미준 Nov 24. 2023

왜 평가결과가 이 모양이죠?

아직도 옛날 방식으로 평가하는 분들 때문에 힘듭니다.

아직 많은 기업에서 소위 '고과(高課)'라고 하는, 인사평가를 연말에 치릅니다.

인사(HR) 쪽에서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평가는 없다'는 아주 유명한 명언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팀이 그렇겠지만, 올해 제가 있는 팀도 한 해를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Competency UP, Culture UP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KPI는 기본으로 달성.. 아니 훨씬 초과해서 더 했죠. 결과물은 뭐.. 대표님이 저희 팀에서 만든 책자를 전 직원 대상 미팅에서 보여주면서 이거 잘 공부하라고 했을 정도였죠.

팀장님 중심으로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요. 오죽하면 동기가 쓱.. 오면서 '이번에 직무이동 신청할 때 직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팀이 너네 팀인지 알지?'라고 말하고 다녔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조직평가 결과를 보니 입이 막혔습니다.

중간등급이었기 때문이죠. 놀라운 건 정말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거 같은 팀이 우리 팀보다 더 고과가 좋다는 루머였습니다. (참고로 루머는 그냥 나온 건 아니고 상당한 신뢰도가 있는 루머입니다)


그 이후 팀 전체 분위기가 상당히 다운되었습니다.

상당한 실망감이 팀을 휩쓸었습니다.


왜 이런 실망감이 강하게 나타났는지 이유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대평가

상대평가는 쉽게 설명하면 '줄 세우기'입니다. 어느 누구까지는 A등급, 그 밑에는 B등급 이런 식이죠.

즉, 모든 팀이 다 엄청난 성과를 달성해도, 그걸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서 줄을 세워야 합니다.

누군가는 꼴등이 되는 겁니다.


2. 상대평가에 따른 줄 세우기에서 평가자의 개입

물론, 숫자와 실적으로만 평가할 경우는 평가자의 개입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콜센터에서 콜 숫자에 따라서 평가하는 거 등등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지원부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 줄을 세우는 동안 평가자의 '주관적 개입'이 들어갑니다.


예컨대 a팀은 업무를 중간정도는 한 거 같은데 사적으로 내 뒤치다꺼리를 도와줬어.

b팀은 열심히 하긴 했는데, 내가 b팀이 한 업무의 효과성을 잘 모르겠어.

c팀은 열심히 하는 건 아닌데, 내 업무목표에 c팀꺼 비중이 높으니까 잘 줘야지..


이 상태에서 a, c팀이 b팀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b팀의 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떨어지게 됩니다.


3. 납득이 안 되는 애매한 평가 피드백

b팀을 한 번 더 죽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피드백을 대충 하는 겁니다. 왜 중간점수를 받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나,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피드백을 하는 경우죠.


(예시)

스탭부서는 점수가 높으면 안 된다 (아니 부문장님 관할은 다 스텝부서인데요?)

쟤네가 고생을 더 했다 (고생은 제가 더 했는데요?)

다른 부문을 더 잘 줘야 해서 우리가 낮춰졌다 (어차피 부문장님은 부문장님 내부 평가만 하면 되잖아요?)


이때부터 평가자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관상은 과학이다' 등의 인사 명언이 고개를 듭니다.


b팀 구성원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죠..

뜰까? 블라인드에 글을 쓸까? 삭히긴 너무 억울한데? 등등..


이때 b팀 팀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차피 윗분께 따져봐야 이해하거나 제대로 된 피드백을 줄 분이 아닙니다.


1. 뜬다.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대부분의 평가자들이 똑같다면, 향후 몇 년이 있어도 이 사태가 지속될 거 같다면+그거 때문에 내가 불합리한 처우를 계속 받을 거 같다면 이직도 한 방법이라 봅니다.


2. 나 자신의 발전을 도모한다. (와신상담)

어차피 사람은 잘 안 바뀐다는 hr의 명언을 생각하고 내 성장과 발전을 더 집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뭔가 다른 것에 몰입하면서 지금의 억울함을 삭이는 거죠. 자기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는 겁니다. 불안감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3. 어중간한 피드백을 진짜라고 믿는다.

이해되지 않는 피드백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사는 겁니다. 이럴 경우 몇 년 후에는 불쌍해서라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이용당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가치관 차이가 있겠죠? 저는 2번입니다.

고명환 님이 쓴 글에 보면 교통사고로 눈을 다쳐서 방송이 어렵게 되었을 때 오히려 살기 위해서 했던 독서가 현재 자신의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힘들 때 그 상황에서 불만이 생기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서 나 자신의 역량을 올려놓으면 이직을 할 때 하더라도 능력을 인정받지 않을까요?



** 흉흉한 시대에, 열심히 일했음에도 다른 팀이 더 좋은 고과를 받으면 힘이 많이 빠집니다. 윗분의 의도에 따라서 평가가 조절되었을 때는 더욱 그러하죠. 사실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겸업을 장려하고 있고요. gig 시대가 곧 올 거 같습니다. 부캐라는 단어가 익숙한 시대지 않습니까..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도 빨리 정신 차리길.. 아니면 정말 많은 분들이 떠날 거 같습니다.

<제대로 설명을 해 주시라고요 000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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