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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Nov 05. 2016

나 홀로 강원도 여행 [강릉.1]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진정한 여행>, 히크메트



'내 취미는 나 홀로 여행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정작 홀로 여행을 떠나지 않은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어차피 여행을 위한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충분한 때는 없기 마련인데, 자꾸만 '나중에'라고 되풀이하는 것은 늘 비슷한 듯하다.

비슷한 일상 속 유난히 우울하던 날,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나는 다시 한번 여행을 결심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태어나 처음으로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내가 사는 광주에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강원도 지역은 '원주'이다. 원주까지는 4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므로 원주에서 강릉까지 또다시 1시간 30분 버스를 타야 했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바다가 아닌 바로 '강릉 중앙시장'
내가 강릉으로 여행의 목적지를 정한 이유가 바로 이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감자옹심이
메밀전병과 정선 아우라지 옥수수 막걸리


광주에는 정말 많은 먹거리가 있고, 거의 대부분 지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서 인지 강원도 음식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에서 강원도 음식이 나올 때마다 대체 어떤 맛일까 항상 궁금했었는데, 결국 이 궁금증이 이토록 머나먼 강원도로 여행을 오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말... 맛있었다...!


허겁지겁 맛있게 먹다 보니 정말 강원도에 왔구나 실감하게 되었고, 어느덧 옥수수 막걸리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술이 오른 채로 시내버스를 타고 20분가량 꾸벅꾸벅 졸면서 미리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예약했던 게스트하우스는 '필그림 게스트하우스'
아무래도 여자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니 항상 숙박을 가장 깊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편이다. (비록 하루 만에 결정한 여행이었지만) 강릉 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를 찾아본 결과,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져온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 사진


이것들도 홈페이지 후기에 남겨진 사진들 (실제로 이렇게 생겼다)


시설도 좋았고, 무엇보다 바로 뒤편에 강문해변이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기에 좋았다. 간단히 짐만 풀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전거를 빌려(무료로 빌려주심) 근처에 있는 안목해변으로 산책을 떠났다.


안목해변은 흔히 '강릉 커피의 거리, 해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호화스러운 카페가 아닌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보이는 곳엔 어김없이 수많은 장삿집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카페 거리는 생각보다 온통 사람도 많고 비슷한 카페들만 늘어져있어 약간 실망스러웠고, 결국 그냥 바닷가를 거닐기로 했다.



고운 모래와, 난생처음 보는 푸른 강릉 바다는 정말이지 그림이었다.
평소 어떤 좋은 풍경이든 사진 찍느라 바빠서 정작 눈으로 담아내고 가슴 깊이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순간은 나도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다.

역시 여행은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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