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목장 구경을 마친 뒤 돌아온 횡계버스터미널에서 다시 강릉터미널로 가 속초행 버스표를 끊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기로 했다.
첫날 강릉에서의 게스트하우스가 정말 좋았기때문에 이번에도 좋은 숙소를 찾고자 여러번 검색을 했다.
그 결과 찾은 게스트하우스는 '하루 게스트하우스'
강릉 게스트하우스가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면 속초에서의 게스트하우스는 비교적 더 크고 체계적인 느낌이었다. 게스트하우스 겸 호텔이라고 하니 일반 도미토리 말고도 여러 종류의 방을 이용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속초에 도착하니 어느 덧 해는 지고 캄캄한 밤이 되어있었다. 다행히 게스트하우스는 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해있었다. 방에 들어와 짐을 풀고 근처에 있는 속초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좀 늦은 시간이라 문이 닫힌 곳이 많았지만 그래도 유명하다는 닭강정은 맛볼 수 있었다.
깜깜한 밤 낯선 강원도 끝자락의 야시장, 차가운 닭강정. 갑자기 혼자라는 사실이 외로워졌다.
혼자 여행을 할 때면 이따금 외로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땐 단순히 여행의 순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삶에서 묻어나오는, 누구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그런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쓸쓸함을 안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강릉에서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가기로 마음 먹었다.
피곤했지만 다행히 알람을 듣고 일어날 수 있었다. 같은 방 다른 여행객들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나왔다.
차가운 새벽을 뚫고 숙소에서 15분 정도를 걸어 일출을 보기에 좋다는 영금정에 도착했다. 비록 구름이 조금 껴있어 완전히 맑은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사실 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해가 떠오르는 그 시간 하늘을 보며 마음을 비워내고 싶었다.
바다는 쉬지 않고 움직였고 저 멀리엔 조업을 나간 배들이 보였다. 나는 가만히 서서 바다와 배, 그리고 아름다운 일출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새삼스레 집에서 6시간 거리의 속초에서 일출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애를 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끔은 알 수 없는 회의감이나 허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올해 환갑을 맞은 우리 엄마는 요즘들어 인생이 너무나 덧없다는 말을 종종 하신다. 그런 느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세월이 흘러 더 짙어지고 깊어지면 알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