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Hour
매직 아워. 하루에 딱 30분밖에 없는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한다.
사진작가들이 일몰 전 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찍기에 적합한 시간.
일몰 또는 사진 촬영과 상관없이 Magic Hour가 가지고 있는 뜻이 좋았다.
하루 24시간 1,440분 중 단 30분.
어쩌면 이렇게 짧은 순간만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금정에서 일출을 보고 난 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든든히 조식을 챙겨 먹었다.
한 그릇 가득 담겨있는 따뜻함.
조식을 먹고 난 뒤 짐을 챙겨 나와 곧바로 버스를 타고 속초 바다로 향했다.
역시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버스 편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를 마주 할 수 있었다.
모래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쏟아지는 햇빛과 쉼 없이 움직이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강렬한 무언가가 아니라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 기억들이 있다.
이 순간이 바로 그런 기억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햇빛의 따뜻함, 바람 속 바다 냄새.
성수기였다면 사람들로 북적일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일어나 모래를 툭툭 털고 걸음이 닿는 곳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중간에 만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조금 더 걸어가니 아바이마을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길목은 말 그대로 바닷가 시골마을이었다.
조용한 마을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계신 할머니들께서
낯설지만 따뜻한 강원도 사투리로 길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근처 식당에 들러 꼭 한번 맛보고 싶었던 오징어순대와 아바이 순대국밥을 맛보았다.
특히 오징어순대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맛이었다.
역시 여행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즐거움은 크다.
오징어순대를 끝으로 나의 강원도 여행이 끝났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5시간 30분 동안 버스를 타고 두 번의 휴게소를 들린 끝에 광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무거웠던 마음을 2박 3일 강원도 여행이라는 Magic Hour를 통해 잠시나마 비워낼 수 있었다.
이처럼 혼자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행을 내가 몇 번이나 더 갈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겁먹는 일이 많아졌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일도 많아졌다.
어렸을 땐 어른이 되면 무서울 것도 못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듯하다.
하루, 한 달, 일 년. 시간이 갈수록 나는 겁쟁이가 되어간다.
즐거운 여행 속 내 모습은 잠시나마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