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믿음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자신의 시를 통해 미래의 기쁨을 생각하며 현재의 고통을 견디라 말한다. 그리고 이 고통 역시 훗날 돌아보면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과연 그러한가.
정말 그러할까.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고통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어쨌든 행복하지 않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외쳐보지만 사실 지나간 이후 찾아올 또 다른 순간 역시 행복할 것 같지는 않다.
너무나 오래되어 이제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 불안감과
끝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지속,
그리고 불행의 첫째 조건이라고 하는 타인과의 비교까지.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내 마음은 삶을 예찬하는 그 어떤 이야기에도 심술이 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하루를 또다시 살아낸다.
아름다운 장밋빛 미래를 떠올리며 견디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힘듦이 언젠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 믿는 것도 아니며
이처럼 힘들 것이라는 언질도 주지 않았던 삶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 것도, 노여워하지 않는 것도 나는 할 수 없다.
다만,
오늘 아침에도 눈을 떴고
자의든 타의든 내게 주어진 일이 있으며
지금을 멈추어야 할 용기도 이유도 없으므로
결국 나는 오늘도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낸다.
그저 나처럼
삶에게 속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보내며
그리고 이를 핑계로 사실은 나 자신을 어루만지며
당신과 나에게 말한다.
오늘 하루도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