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앤드류 매튜
아름다웠던 경포호를 뒤로 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어젯밤 잠들기 전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 찾아보던 중 강릉에 오천 원 지폐의 배경이 된 '오죽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다음은 오래전 살았던 현명한 모자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전에 다시 한번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소머리 국밥이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사실 생각보다 썩 맛이 있진 않았지만 시장 특유의 따뜻한 기운을 얻어 갈 수 있었다.
시장에서 오죽헌까지는 버스로 10~15분 거리이다.
오죽헌 정류장에 내려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뒤편 하늘에 큰 애드벌룬이 눈에 띄었다. 가끔 지방 축제에서 보았던 애드벌룬을 바라보다가 호기심에 밑에 무엇이 있나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내가 보게 된 풍경은...
드넓게 펼쳐진 코스모스 밭이었다.
운 좋게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나는 우연히 찾은 이 코스모스 밭에서 한참 동안 넋 놓고 경치를 바라보았다.
여행 중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목적지로 향하는 것보다 그 과정이 더 행복할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닫게 된 순간.
한참을 구경하고 난 뒤 발걸음을 재촉해 오죽헌으로 들어섰다.
오죽헌은 아름다운 곳이었고 또한 훌륭한 위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학문을 통해 익힌 것을 실천하고자 노력한 율곡 이이 선생과 그를 비롯한 자녀들을 훌륭하게 길러낸 어머니, 동시에 예술가 신사임당.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은 연신 그들의 가르침을 일러주려 애썼지만 정작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제 오죽헌까지 보았으니 다음은 대관령 양떼 목장으로 향하자.
강원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 중 하나가 '양떼목장'이다.
드넓은 초원과 순한 양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우선 횡계 버스터미널로 가야 했다.
강릉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횡계에 도착한 뒤, 터미널 바로 앞에 줄지어 있는 택시를 타고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향했다.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택시비는 약 9,000원 .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이 빠듯하다면 횡계터미널에서 양떼목장까지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가 있다고 하니, 시간을 잘 맞춰서 이용하기를 추천.
그렇게 양떼목장 입구에 도착하니 꽤 쌀쌀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데다 아무래도 고지대니 만큼 더 쌀쌀하게 느껴졌다.
입장권(4000원)을 구매하고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흐리고 구름 낀 목장의 모습도 색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구름 사이를 걷는 기분이랄까.
산책로를 걷다 보면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 떼를 만날 수 있다.
어찌나 순한지 가까이 가도 도망가거나 겁내지 않는다.
좀 더 내려가면 양들에게 건초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수학여행을 온 건지 수많은 중고생들이 시끌벅적했다. 양들은 건초를 잘도 받아먹고 학생들은 즐거워했다.
아름다운 목장 구경을 마치고 목장 아래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사 마셨다.
추위를 녹이며 다음 일정을 고민하기로 했다.
여행의 목적이었던 감자 옹심이도 맛보았고, 푸른 강릉 바다도 보았으며, 유명한 양떼목장까지 다녀왔으니 목표로 한 것들은 모두 이룬 셈이다. 그럼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 먼 강원도까지 달려온 거리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 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결심했다. 이번엔 속초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