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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글을 써야하는 이유

디자인과 글을 크게 다르지 않다.

by 효그

텍스트힙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쓰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흐름에 올라타 지금이 디자이너도 글을 쓰기 시작할 적합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왜 디자이너가 글을 써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디자인에 논리 더하기

유관 부서와 협업하다 보면, 터무니없는 요청을 받을 때가 있다. 이때 내 디자인을 지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글쓰기는 이런 근거를 명료하게 설정해 준다. 내 디자인에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 적어보자. 방향성 설정의 이유부터, 디테일의 적용 이유까지 최대한 상세하게 말이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선명해지므로, 그 논리에 맞추어 더 탄탄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손쉽게 요청한 사항이 왜 적용하기 어려운지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 이는 곧 건설적으로 디자인을 협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



디자인 가치관 정립하기

이런 식으로 디자인을 설명하는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즉, 디자이너로서 가치관을 만들어갈 힌트를 얻는다. 어떤 프로세스로 디자인하는 걸 선호하는지, 어떤 요소를 잘 활용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내가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지향점을 세우고, 그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 또한 글로 적는다면 가치관을 더욱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나는 글을 쓰면서 '맥락이 연결된 창의적 표현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심어준다'라는 나름의 가치관을 정리했다. 이는 실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나는 어떤 디자인 요소도 기획 의도의 맥락에 포함되도록 설명을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시안마다 새로운 표현을 하나씩은 꼭 섞어 넣으려고 노력한다. 이렇듯 가치관에 기반해 작업한다면 고유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고, 글쓰기는 그 시작이다.



글도 하나의 디자인이다

디자이너는 표현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창작하는 데 쾌감을 느낀다. 창작의 관점에서 보면 글 또한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즐겁고 또 완성된 글을 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한편, 디자인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언어이기에, 글을 쓴다는 것은 곧 디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글의 구조를 이해하고 전달력을 높이는 연습은 곧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승-전-결'의 구조가 곧 레이아웃에서 강약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디자인과 글은 본질적으로 같다. 형식의 경계를 허물면 더 넓은 영감과 역량을 획득할 수 있다.



이렇듯 글쓰기는 자신의 디자인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더불어 같은 창작의 분야에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거창하고 유려한 글이 아니어도 좋다. 작업 파일 안에 작게 휘갈겨 쓰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그런 작은 문장들이 쌓여 근거가 되고, 철학이 되며, 또 다른 창작의 기쁨으로 커질 것이다. 글이라는 또 다른 무기를 갖춘다면 우리는 더 단단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덧,

글쓰기가 처음에 막막하다면, AI를 활용해 봐도 좋다. 아이디에이션할 때 Chap GPT와 이야기해 보자. 내 의도를 척척 정리해 주고, 나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눈 후, GPT에게 '나는 어떤 디자이너'인지 물어보자. 자신이 어떤 디자인을 지향하고 또 잘하는지 설명해 준다. 이를 참고하면 나만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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