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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이 되어주는 문장들

디자인할 때 되새기면 좋은 말

by 효그


디자인을 하면서 나를 북돋고 동기 부여해주는 말들이 있다. 이들은 좌절한 나를 위로하기도, 때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나를 이끌어주는 문장들을 소개하겠다.



"아무리 못 그려도 10년을 그리면 개성이 된다." - 신입생 시절의 교수님

비실기 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 초반,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에 비해 부족함이 컸고 때론 위축되고는 했다. 그런 나에게 교수님의 이 말은 큰 위로가 되었다. 당장은 부족해 보일지라도 고유한 것을 쫓는다면 결국 개성이 피어난다는 믿음. 이는 지금까지도 성장의 동력이 되어준다. 어쩌면 이때부터 나만의 스타일을 찾으려는 여정의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성실함이 부족한 재능을 채워줄 거라 믿고 매일매일 꾸준히 작업하는 태도"
- 권준호,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권준호, 안그라픽스, 2023)

독보적 감각의 스튜디오인 일상의실천의 대표님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는 늘 감각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이 문장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때부터 성실함이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무기란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이 무기를 들고, 내가 이루고 싶은 일에 꾸준히 다가가며 성취와 성장을 쌓아가고 있다.



"Less is less. More is more." - 로버트 벤투리(Robert Venturi)

디자인 업계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 중 하나는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Less is More"일 거다. 본질만을 남기는 간결한 미학은 자주 쓰이며, 강력하다. 하지만 "Less is Bore"라며 반기를 든 로버트 벤투리의 말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절대적이고 옳은 미학은 없으며, 다양한 미학의 잠재력을 살펴야 한다는 걸 말이다.일부로 저렴해 보이는 디자인이 가격 경쟁력을 드러내고, 투박한 UI가 오히려 기능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각 목적에 맞는 알맞은 디자인이 필요하단 걸 알려준다. 이에 하나의 미학에 매몰되지 않고, 다채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품으며, 맥락에 맞게 적절히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용에서 출발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에 종속되어서도 안 된다."
- 오혜진, 《펼친면의 대화》(전가경, 아트북스, 2024)

디자인은 주제와 정보를 담아내고 표현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한다면 정리된 서류에 그치지 않는다. 반대로 주제와 마냥 동떨어져서 예쁘게만 만든다면 그건 디자인의 목적에 어긋난다. 결국은 내용을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맥락을 구축해, 창의적인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상급자나 유관부서의 요청을 그대로 적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하지만 창의적인 디자인은 프로젝트의 목표와 요청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재해석하는 데서 나온다. 그런 경험이 쌓여 주체적인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i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경험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중요하다. 이 문장은 이런 관점의 힘을 일깨워준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며, 거기서 영감을 얻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런 호기심을 가질 때 비로소 넓은 시야를 갖고, 깊이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을 시작하거나 막힐 때, 혹은 동료와 소통할 때 이 문장들을 떠올리고는 한다. 이들은 디자인의 과정에서 하나의 척도가 되어준다. 나아가 디자이너로서 가치관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재료가 되어준다. 물론 소개한 문장들 모두에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어떤 문장은 삭제되고, 또 추가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 문장을 계속 발견하고 체득하면서, 디자이너로서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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