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스호텔 서울의 모든 것
2015년 10월, 포시즌스 호텔은 광화문에 문을 열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하여 글로벌 호텔 체인이 된 포시즌스 호텔은 호텔판 미쉐린 가이드로 불리는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신라호텔과 함께 5스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Entrance, 첫만남
첫인상은 강렬하게 남는 법이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되는 첫 경험으로 포시즌스 호텔은 '향'을 택했다. 교보문고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교보문고만의 특유의 향이 있듯, 포시즌스 호텔에 들어서면 '아, 포시즌스 호텔에 왔구나.' 하는 특별한 향이 난다. 사계절이 담긴 나무를 표현하는 엠블럼처럼 시더우드, 샌들우드, 시트러스 향을 바탕으로 따뜻한 날씨에 숲속에 있는 듯한 향이다.
나에게 포시즌스 호텔에 대한 첫 기억은 Jerret 삼촌이다. Jerret 삼촌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시애틀에서 나고 자랐다. 삼촌은 Netflix의 아시아 총괄 책임자가 되면서 출장 차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LA에 사는 춘일이 삼촌은 광화문에서 일하는 나를 떠올리곤, Jerret 삼촌에게 서울에 가면 나를 꼭 만나라는 미션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혼혈이라기보다 백인에 가까운 삼촌의 모습이었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인인 나와 묘하게 닮아있었다. Jerret 삼촌은 출장 때마다 포시즌스 호텔에 묶었기 때문에, 서울은 잘 몰라도 포시즌스 호텔만큼은 빠삭했다.
비밀의 문
하루는 삼촌이 포시즌스 호텔에 숨어있는 공간을 아냐며, 흥미로운 곳에 데려가 주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삼촌을 따라 지하(LL층)로 내려가, 계단 옆에 언뜻 보면 문인지도 모를 비상구 같은 문을 열었는데 정말 거기에, 숨어있는 바가 있었다. 마치 1920년대 미국 금주령 시대의 '위대한 게츠비'를 생각나게 하는 분위기의 바였다. 어두운 공간 사이로 조명이 반짝이면서 재즈음악이 흘러나왔다. 새로운 세계였다.
매일 오후 6:00 - 오전 01:30
전설적인 미국 작가인 찰스 H. 베이커의 이름을 딴 '찰스 H. 바' 내부는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은 입구와는 대조적으로 이국적이고 화려한 인테리어로 되어있다. 애주가였던 찰스 H.의 이름을 딴 만큼 메뉴판과 칵테일 등 찰스 H.에게 영감을 받은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칵테일 또한 수준급으로 '한국 최고의 바'에 4년 연속 선정되고 '아시아 베스트 바' 7위에 랭크되었다.
일명 자리값인 커버차지가 붙지만, 웰컴드링크로 샴페인 한 잔과 감자칩과 올리브를 제공한다.(투숙객은 커버차지 무료) 가끔 전체 대관인 경우가 있어, 가기 전에 미리 연락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포시즌스 호텔의 다이닝
비밀의 문이 아니어도 좋다. 포시즌스 호텔을 즐길 수 있는 한식, 일식, 양식, 중식 베이스의 다이닝들을 함께 소개한다. 광화문 사거리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만큼 업무 상 비지니스 식사나 연인, 친구, 가족과 특별한 날 방문해도 좋을 레스토랑들이다.
모던 일식, 포시즌스 호텔 12층
오전 11:30 - 오후 2:30, 오후 5:30 - 오후 9:30
과거 '키오쿠'라는 일식집 이후에 새로 생긴 '모던 일식' 집이다. 아키라 백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한식 베이스의 모던 일식을 추구한다. 층고가 굉장히 높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참치피자, 버섯피자가 시그니처 메뉴인데 크리스피한 얇은 도우 위에 생참치와 버섯이 토핑 되어 있다. (맥주가 절로 생각나는 맛이다.) 'Greatest hits set menu'를 택하면 10가지 정도의 인기메뉴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 추천한다.
전통 이탈리안, 포시즌스 호텔 2층
오전 11:30 – 오후 2:30, 오후 5:30 - 오후 9:30
오픈 키친으로 되어 있는 보칼리노는 통창과 대리석 벽으로 되어 있어서 볕이 잘 드는 곳이라 점심에 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저녁에도 분위기가 좋다. 공간이 넓고 테이블 간격도 여유가 있어 Business Lunch를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책임셰프에 따라서 메뉴 구성이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현재는 마르코 에르바라 셰프 체제이다. 셰프가 바뀌면서 제일 먼저 바뀐 식전빵은 화덕에 구워 나오는데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다. 현재는 매달 이탈리아 한 지역을 정해서, 지역별 요리를 선보이는 중이다. 2월은 이탈리아 중부인 토스카나 요리였고, 3월 캄파니아, 4월 리구리아 등 지역 특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광동식 중식당, 포시즌스 호텔 11층
오전 11:30 - 오후 2:30, 오후 5:30 – 오후 9:30
미쉘린 가이드에도 선정된 유유안은 북경오리, 일명 베이징 덕으로 유명한 곳이다. (베이징덕은 미리 예약 주문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블랙트러플 베이징덕 요리가 출시되었다.) 딤섬 브런치 세트도 유명하다. 기본찬인 짜사이, 피스타치오 볶음, 두반장 소스 모두 맛이 괜찮고, 웰컴 드링크와 아뮤즈부쉬를 함께 제공한다.
코리안 스타일 바/전통주 칵테일 바, 포시즌스 호텔 2층
화요일 - 토요일 오후 6:00 - 오전 12:00
보칼리노 맞은편에 가장 최근에 생긴 '오울'은 서울의 다이내믹한 밤을 오마주하여 도시의 전통, 근대, 현대를 표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다.(호텔 자체 소개글을 인용하였다.)
한국적인 공간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주류의 경우 KIMCHI HIGHBALL(김치 하이볼), POKTANJU(폭탄주), SUJEONGGWA(수정과/칵테일) 등 외국인들이 재밌어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기본 안주로는 누룽지와 우엉 스틱이 나오고, 랍스터 떡볶이, 김치볼, 도토리묵, 불고기버거 등 한국적 요소를 활용한 퓨전 음식들이 있다.
포시즌스 호텔에 머물기
포시즌스 호텔의 다이닝만으로 아쉽다면, 숙박 경험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코로나 시기로 인해 야외 활동이 조심스러운 시절 할머니를 모시고 호캉스를 하곤 했다. 포시즌스 호텔의 경우 회사 제휴로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바닥부터 천장까지 설치된 통창으로 볕이 잘 들었다. 경복궁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뷰도 있다. 포시즌스 호텔은 편안한 침구로도 유명해서 할머니와 엄마 모두 만족하셨고, bathroom 공간도 여유로웠다.(세면대 사이로 깨알같이 TV 모니터가 있다.) 포시즌스 호텔은 Kids friendly 호텔이기도 해서, 키즈 용품이 다양하게 구비가 되어 있고 주말에는 키즈 라운지도 운영한다.
포시즌스 호텔의 사계절
마지막으로 포시즌스 호텔의 유명한 포토 스팟을 소개한다. 'Nicolai Bergmann(니콜라이 버그만)'은 덴마크 출신의 유명한 플로리스트이자 플라워 브랜드로, 포시즌스 호텔 전체 꽃장식을 담당하고 있다. 계절마다 로비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꽃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천장에 달린 Xavier Veilhan(자이에 베이앙)의 노란 모빌 작품과 어우러져 방문할 때 마다 새로운 공간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알고보면 호텔 로비는 포시즌스 호텔 엠블럼인 사계절 나무의 확장판이 아닐까. 호텔을 방문한다면 이름 그대로, Four seasons가 품은 특유의 향과 사계절을 마음껏 경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