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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효 Aug 18. 2023

비 오는 날 위스키 한 잔 어때요?

위스키 열풍을 타고, 광화문 일대 위스키 바

위스키 한 잔에, 마음 한 잔.


빗방울이 창문을 톡톡 건드린다. 파전에 막걸리를 먹던 시대를 지나, 창밖에 내리는 비를 벗 삼아 위스키 한 잔 하는 세대가 왔다. bar 문을 여는 순간, 공간을 채우는 음악과 향으로 바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바뀐다. 멀리 가지 않아도 특유의 공간감이 일상 너머에 온 느낌을 주기 때문에 혼자서도 좋고, 둘도 좋다. 때론 대화 없이 한 잔, 두 잔, 서로의 마음이 오가며 위로가 되고 낭만이 된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고, 우리는 언어 이상도 언어 이하도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일들을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의 다른 무엇인가로 바꾸어 놓고 이야기하고, 그 한정된 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적어도 나는- 늘 그러한 순간을 꿈꾸며 살아간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하고.
 
–문학사상, <무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16p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는 아니지만, 서울에도 최근 몇 년 동안 꽤 많은 위스키 바가 생겼다. 그리고 내가 사는 광화문 일대에도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위스키 바들이 존재한다.




한옥 위스키 바

광화문, 서촌 일대에만 있는 특이한 위스키 바들이 있으니, 바로 한옥 위스키 바이다. 오래된 것일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 한옥 공간과 위스키의 만남이 묘하게 시너지 효과를 낸다.


코블러 (메뉴판 없는 한옥 위스키 바)

매일 19:00-03:00, 02-733-6421

이전 글에서도 소개했던 만큼, 경찰청 뒷골목을 핫하게 만든 위스키 바다. 2018년도 처음 문을 연 코블러를 방문했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은 메뉴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기분이나 원하는 맛을 듣고 그에 알맞은 위스키나 칵테일을 추천해 준다. 한옥 느낌 물씬 나는 위스키 바라니, 분위기도 좋다. 친구와 가도 좋고, 연인과 가도, 혼술 하기도 좋은 곳이다. '코블러'라는 찐득한 웰컴 파이는 달달하니 맛있다.


텐더바 (일본 긴자에 있는 듯한  위스키 바)

일요일 정기휴무, 19:00-02:00, 02-733-8343

한옥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일본 긴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도쿄 긴자 텐더바의 서울지점이기도 하고, 그곳의 경험을 가진 흰 정장을 입은 바텐더 분들이 정중히 맞이해 준다. 착석하면 따뜻한 수건을 건네주는데 굉장히 웰컴 받는 듯한 느낌이다. 텐더바에서는 양갱과 과일을 내어주신다. 이곳엔 메뉴판이 있어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하드셰이크 칵테일이 인상적이었다.


바참(BAR CHARM)

화요일 정기 휴무, 18:00~01:00, 02-6402-4750

2018년 오픈한 바참(bar charm)은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이 많아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2015년 월드클래스 칵테일 한국대회 우승자인 임병진 바텐터의 첫 번째 매장이기도 하다.(근방에 바뽐, 참제철까지 총 3개의 바가 있다.) 바 참에서는 재즈 외에도 가요 혹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고 시즌마다 메뉴판이 달라진다. '함양'은 페니실린이라는 칵테일과 전통주 담솔을 베이스로 만든 칵테일인데, 솔방울을 태워 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사운드 한 잔과 위스키

슬로우핸드(SLOWHAND)

매일 17:30~00:30 (일 17:30~23:00), 02-737-9871

광화문 일대엔 한옥 위스키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 한 잔엔 좋은 음악이 필수다. '슬로우핸드'는 유명 뮤지션 에릭 클랩튼의 별명이었다고도 하는데, 실제 사장님이 음악과 술이 좋아서 오픈한 바라고 한다.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수기로 신청곡을 받는다. 한 번은 Nujabes 노래를 신청했더니 아껴왔던 LP앨범을 흔쾌히 오픈해 주셨다. 위스키와 와인, 맥주도 있어 비교적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온그라운드 뮤직바 음(EUM)

목-금 18:00-23:00, 토-일 17:00-23:00

온그라운드는 조병수 건축가가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작업실과 카페, 뮤직바로 이어져 있는데, 원래 100년 전 일본인이 지은 적산가옥이었다고 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실내와 외부가 허물어진 벽을 사이에 두고 공간이 계속해서 확장된다.(조병수 건축가의 작품으로 헤이리 카메라타, 남해 사우스케이프, 거제 지평집 등이 있다.)

온그라운드 지하 공간에 있는 뮤직바 음은 커다란 스피커와 건축가가 컬렉션 한 묵직한 가구들이 고풍스러운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만 오픈하는데,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저녁 8시에는 주제를 정해 음악감상회가 열린다. 8월의 주제는 Rolling Stones였다.


특색 있는 위스키 바

M:MS(엠엠에스)

금 18:00-02:00, 토 14:00-02:00, 화-목, 일 18:00-01:00 월 20:00-01:00

MMS는 서촌 초입 골목 안에 숨어 있는 위스키 바로, 2022년 오픈했다. 몰트위스키와 몰트를 주재료로 하는 수제맥주들에 실험정신을 더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주로 닌자를 주제로 한 위스키를 만든다. 이름들도 특이하다. FROG라는 칵테일은 모양마저 개구리를 닮았다. 술도 술이지만 간단하게 함께 먹을 수 있은 디쉬들이 맛있다. (겨울엔 웰컴디쉬로 군고구마를 주셨다.)


찰스 H 바

매일 18:00 - 01:30

포시즌스 호텔이 숨어있는 찰스 H. 바는 전설적인 미국 작가인 찰스 H. 베이커의 이름에서 따왔다. 아무런 표시도 되어있지 않은 입구는 흡사 비밀의 문 같지만, 내부에 들어가는 순간 이국적이고 화려한 인테리어와 재즈음악이 울려 퍼진다. 칵테일 또한 수준급으로 '한국 최고의 바'에 4년 연속 선정되고 '아시아 베스트 바' 7위에 랭크되었다. 일명 자리값인 커버차지가 붙지만, 웰컴드링크로 샴페인 한 잔과 감자칩과 올리브를 제공한다.(투숙객은 커버차지 무료)




발베니 한 잔 할래요?


싱글 몰트 위스키가 유행한다고 한다. 몰트는 100% 보리 맥아로 만든 것이고, 싱글 몰트는 한 증류소에서 생산한 몰트위스키만 담은 것이다. '발베니'가 대표적이다. 대체로 부드럽고 고소한 단맛이 난다. 위스키 열풍을 타고 가격도 폭등하며, 12년 더블우드는 가격이 1.5~2배로 뛰었다. 마트에 발베니가 입고 된다 하면 오픈런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광화문에 발베니가 직접 운영하는 'The BALBENIE BAR'가 오픈한 것을 보고 가보고 싶은 곳으로 표시해 두었다. 발베니를 좋아한다던 친구가 생각이 났다. 위스키의 맛과 향, 음악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생기는 만큼, 광화문 직장인의 낭만 여정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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