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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효 Jun 30. 2023

김밥집의 진짜 실세를 아시나요?

광화문 일대 김밥 맛집 열전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가는 김밥집에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사람이 김밥을 만드는 여사님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김밥집은 김밥 외에도 다양한 분식류를 파는데, 이때 김밥은 그 집의 맛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된다. 김밥 주문하는 김에 라볶이도 시키고, 라면도 먹고, 만두도 추가하고, 돈까스도 먹는다. 김밥은 미끼 상품으로 재료값을 생각하면 이윤이 크게 남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김밥이 맛있어야 사람들이 찾는다. 그래서 김밥집에서는 김밥 여사님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김밥 만들기 봉사활동을 했는데, 새삼 김밥 여사님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를 알았다. 김밥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오래 걸리는 속재료 준비부터, 밥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고, 재료들을 한데 모아 예쁘게 잘 마는 것은 물론, 일정한 모양으로 잘라야 한다. 옆구리 터진 김밥들을 한껏 먹고 났더니, 왜 김밥을 사 먹는지도 알겠다. 맛있는 김밥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재밌는 것은 김밥집에서 김밥 여사님은 주로 김밥만 담당한다는 것이다. (아닌 곳이 있을 수도 있으나, 경험상 김밥은 프로페셔널의 영역이다.) 그래서 자리를 비웠을 때, 그녀를 대신하여 누군가 김밥을 말지도 않는다. 그저 기다릴 뿐. 직장인들이 몰려있는 광화문에도 골목마다 다양한 김밥집이 있는데, 오랫동안 살아남은 김밥집들은 몇 년째 김밥 여사님들이 그대로다. 바쁜 시간을 쪼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좋기 때문에 나도 가끔 김밥집을 간다. 단, 맛있는 곳으로.

김밥을 대하는 전문가의 손길과,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길 :) 


광화문 직장인이 추천하는 김밥 맛집 Best 5

서울김밥 (1호점)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3길 17, 02-723-3391
평일 8:00~20:30, 주말 10:00~16:00

참기름 내가 솔솔 나는, 기본에 충실한 김밥집이다. 두툼한 김밥 크기부터 남다른데, 무엇보다 서울김밥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이 빼주세요'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나 같이 오이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중요하다.) 서울김밥에서는 오이 대신 당근, 우엉, 어묵, 계란, 하얀 단무지와 같은 속재료를 가지고 김밥을 만드는데 재료와 밥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특히, '모듬 김밥'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치즈, 참치, 소고기, 충무김밥'을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좋다. 김밥 외에도 '메인메뉴 + 서울김밥 반줄 + 충무김밥'과 같이 정식메뉴가 있어, 혼자서도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모던김밥

종로구 자하문로 2길 10, 02-739-4930
평일 08:00~20:00 주말 08:00~19:00

깔끔하고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모던김밥은 속재료에 특이하게 유부와 곤약조림이 들어가 식감이 좋다. 특색 있는 메뉴로 '필라델피아 치즈김밥, 멸치고추, 오징어채 김밥'이 있다. 나는 새하얀 필라델피아 크림치즈가 통으로 들어간 치즈김밥을 좋아한다. 서촌 초입에 있는 모던김밥은 인왕산 등산 전에 간단히 들려도 좋고, 풍림스페이스본 지하에도 분점이 있어 같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명가김밥

종로구 사직로 130 적선현대빌딩, 02-725-3500
매일 07:00~20:00 토 07~14:00 (일요일 휴무)

바쁠 때는 명가네 김밥이 진리다. 경복궁역과 이어지는 적선현대빌딩 아케이드에 숨어있는 김밥 집으로, 오전 일찍 문을 여는 곳인 만큼 출근길에 김밥을 신속하게 살 수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속배달'의 표본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주문할 때면, 전화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김밥을 받으러 내려오라고 연락을 받았다. 시간도 없고 빨리 먹어야 할 때 회사 사람들 대부분 명가김밥에 전화를 걸었다.  

퇴근하고 테니스를 갈 때면, 친구와 명가에서 라면과 김밥을 주문해서 나눠 먹었는데, 라면을 하나만 시켜도 두 그릇으로 나눠주셨다. 김밥을 시키면 미소된장국 대신 미역국을 주시는데, 가게에서 먹는 미역국 정식도 인기메뉴다.

김밥 1줄, 치즈라면 1개. 치즈도 반으로 사이좋게 나눠주신다.


바르다김선생 광화문점

종로구 사직로 8길 42 광화문시대 건물, 02-2195-4333
매일 10:00~22:00

김밥계의 스타벅스 같은 곳으로,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맛을 보장하는 프리미엄 김밥 체인점이다. 광화문 근방에서 항상 사람들로 가득하다. 크림치즈호두김밥, 제육쌈밥김밥과 같이 다양한 재료로 만든 김밥들이 많고, 다이어트를 고려한 키토라인 김밥도 있다. 치즈가락떡볶이, 갈비만두도 별미다. 다른 분식집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까지 문을 여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바르다김선생 광화문점은 오픈 이래 김밥 여사님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바뀌신 것 같다.)

출처: 바르다김선생 홈페이지


재마니김밥

종로구 사직로 133-10, 1811-8786
매일 8:40~20:00 (화요일 휴무)

비교적 최근에 생긴 퓨전 김밥집이다. 서촌 초입 골목에 위치한 가게는 인테리어가 매우 아기자기하다. 계란이불김밥과 주먹밥 봉봉이 있다. 봉봉메뉴는 하와이에서 파는 무스비 느낌이고, 계란이불김밥은 얇은 지단으로 김밥을 둘둘 말은 느낌으로, 나는 계란이불명란아보카도가 맛있었다. 주로 김과 밥, 계란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부드럽고, 아이들이 좋아할 맛이다.

출처: 재나미김밥 업체 사진




우리는 사실 집집마다 김밥 실세가 존재한다.

우리집 김밥 실세는 '엄마'다. 어렸을 때 제일 처음 접한 김밥도 엄마가 말아주는 김밥이었고, 그래서 세상에서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다. 우리집 김밥은 우엉이 많이 들어가고, 내 몫의 김밥에는 오이가 들어가기 않는다. 손이 큰 엄마이기에 가끔 김밥이 남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계란물을 풀어 김밥을 부치는 '김밥전'을 해주신다.


김밥은 모든 재료가 한데 들어가는 만큼 의외로 영양학적으로도 괜찮은 음식이다. 만드는 방식에 따라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한국 음식 중에는 비빔밥이나 김밥 같이 유난히 재료들을 한데 섞어 먹는 음식이 많다. 고기를 먹을 때도 각종 야채를 얹어 쌈 싸 먹는다. 그렇게 서로 다른 재료들이 조화를 이룬다. 원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조화를 이루는 '김밥'을 적다 보니, 한국인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진정한 K-street food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성을 담당하는 각 가정의 김밥 실세와 김밥집 여사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추신. 김밥은 여러 재료가 한데 섞이는 만큼, 더운 여름에는 가능한 상하지 않게 바로 먹어야 한다.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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