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VS 돼지, 당신의 취향은?
로펌, 언론사, 공기업, 대기업이 몰려있는 업무지구답게 광화문에는 다양한 고깃집에 존재한다. 10년 차 광화문 직장인이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취향에 따라 맛있는 고깃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맛있는 고깃집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 것일까.
첫째, 첫 점이 맛있어야 한다.
둘째, 남이 구워주는 고기가 맛있다.
셋째, 함께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첫 점 기준 맛집 중 어떤 사람과 함께 할 것인가에 따라 골라보았다. 남이 구워주는 고깃집들이기도 하다. 긴말은 잠시 접어두고,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지금 TPO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광화문, 서촌 근방에서 맛집으로 통하는 곳들을 기록해 본다. (미리 얘기하자면 배가 고파질 수 있고, 긴 스크롤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 끝에 취향에 맞는 고깃집 하나는 남을 것이니, 끝까지 내려가 보자!)
소
좋은 날, 좋은 사람과 좋은 고기, 분위기를 찾는다면.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76 콘코디언빌딩 B1
반가(런치) 119,000, 종가(런치/디너) 229,000
한마디로 럭셔리한 소고기 집이다. 조선시대 남아있던 고서를 바탕으로 메뉴 구성을 했다고 한다. 자개 명장이 직접 제작한 사군자 자개함에 그날 사용할 재료를 담아 미리 보여준다. 런치, 디너 모두 코스 요리로 진행되는데, 별도 추가해야 하는 ‘한우육회 올린 감태’는 시그니쳐 메뉴 중 하나다. 외국인 클라이언트와 고급진 분위기를 찾거나, 가족 모임이나 기념일 같이 특별한 날, 힘줘야 할 때 가기 좋은 곳이다.
운치 있는 한옥에서 연탄에 소갈비를 굽는다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길 17-4 1층
한우 1++짝갈비 모둠 45,000, 연탄 양념 소갈비 35,000
서촌에서 소갈비를 구워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이다. '암소서울'에 비하면 좀 더 캐주얼한 느낌인데, 중정이 있어 한옥에서 분위기 내며 고기를 구울 수 있다. 한우짝갈비와 연탄 양념 소갈비가 유명한데, 서비스로 선지해장국과 수란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후식으로 갈비볶음밥도 곁들이면 좋다. 청와대나 경복궁 방문 시 부모님과 함께 가도 좋고, 서촌에 놀러 나온 친구들과 함께 가도 좋을 것이다.
경찰청 뒷골목에 위치한 수요미식회 맛집.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8길 11
샤또브리앙 150g 58,000, 꽃등심 300g 118,000, 등심 200g 66,000
'경찰청 뒷골목에는 뭐가 있을까?' 글에서 소개했던 한우집이다.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숙성 한우 전문으로 귀족의 안심이라고 불리는 '샤또브리앙'이 대표 메뉴다. 점심시간에는 육회비빔밥, 한우된장찌개, 뚝불고기 등 식사메뉴도 있어 종종 방문하는 곳이다. 건물을 통으로 쓰기 때문에 테이블 간격이 넓고, 콜키지프리라는 장점이 있다. 회사 동료들과 회식하거나 연말 모임 하기 좋은 곳이다.
남이 구워주는 소고기, 안정된 한우 맛을 찾는다면.
서울 중구 세종대로 21길 40
한와담암소세트 600g 230,000 특안심, 숙성채끝등심 150g 52,000
한와담은 광화문점, 서울역점, 한남점 등에 있는데, 그만큼 안정된 맛을 기대할 수 있다. 저온 숙성된 한우로 안심은 미디움레어, 등심은 미디움 정도로 구워야 맛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성게알육회와 깍두기볶음밥이 맛있었다. 광화문 일대에 한와담과 비슷한 느낌으로는 투뿔등심, 창고43과 같은 대형 한우 집들이 있고, 빌딩에 입주 형태로 있는 경우가 많아 주차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와담, 투뿔등심, 창고43 모두 콜키지프리여서, 가족, 친구, 동료들과 여러 형태의 모임을 하기에 적당하다.
네기그룹에서 운영하는 관서식 스키야키 전문점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2길 10 디펠리스 지하 1층
스키야키 코스 120,000, 단품 15,000-28,000
추운 겨울 국물요리는 필수다. 광화문 터줏대감인 샤브샤브집으로 ‘일품당’도 있지만, 디팰리스 건물 지하 1층의 '네기 스키야키'를 소개한다. 일본 관서식 스키야키를 지향하고, 코스 요리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네기다이닝라운지 등으로 인정받은 네기 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분위기도 있다. 데이트나 모임을 하기 좋은 곳이다.
한정판 소고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먹고 싶다면.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가길 3-10 선덕빌딩 2층
한우말이고기(15점) 25,000
평일 17:30-20:30, 토요일 11:00-14:00만 운영을 해 미리 시간을 확인을 해야 한다. 고기 소진 시에는 조기 마감한다. '맛있는 녀석들'에도 소개되었던 곳으로, 부추를 싼 소고기말이가 1인분에 15점씩 나온다. 강원도 원주에 본점이 있다. 조금은 험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고기를 먹다 보면 소주가 절로 생각날 것이다. 손말이고기가 궁금한 자 혹은 찐친들과 함께 방문하길 권한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비장탄 숯으로 굽는 한우집.
서울 종로구 사직로 8길 4 202동 1층
샤또브리앙 100g 65,000, 안심 100g 53,000 등심 100g 47,000
마지막으로, 광화문 풍림 스페이스본에 자리 잡은 숙성한우 고깃집이다. 기본 세팅이 고급스럽다. 최상등급 1++ BMS No.9 청정 한우를 쓴다고 한다. 보통 150g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데 비해, 이곳은 100g 기준 가격이며, 2인 최소 300g 이상 주문해야 한다. 비장탄 숯에 굽는 고기 맛은 매우 좋다. 후식으로 먹는 비빔국수와 된장죽도 맛있다. 한적한 곳에 있어 클라이언트나 지인과 함께 조용히 이야기가 필요하거나, 좋은 고기를 먹고 싶을 때 방문하기 좋을 것이다.
돼지
소고기가 선택지에 없다면 국민조합인 삼겹살에 쏘맥 두 잔도 훌륭한 조합이다. 소고기집은 7군데나 소개하면서, 돼지 고깃집은 2군데만 소개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의 최애 고깃집은 ‘김진목삼’이다. 방문 횟수로만 따진다면 앞선 소고기집들을 다 합한 것보다 많을 것이다. 광화문, 서촌에 많은 돼지구이집들이 있지만, 자꾸만 한 쪽으로만 발걸음이 가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젤 맛있는 목살과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길 51, 김진목삼1,2호점
가격 삼겹살, 목살 150g 15,000, 항정살 150g 20,000
고깃집 한 곳만 꼽으라면, 난 '김진목삼'을 선택하겠다. 2018년 서촌에 처음 생기고 나서부터 꾸준히 가는 곳으로, 주변 모두에게 망설임 없이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진 사장님이 하는 목살, 삼겹살 집으로 고기를 직접 구워주신다. 아버지는 정육점을, 어머니는 직접 반찬을 만드신다. 종류는 세 가지 목살, 삼겹살, 항정살이고, 처음엔 같은 종류로 2인분을 시켜야 한다. 고기는 직접 구워주시는데 육즙이 살아있어 살살 녹는다. 개인적으로 와사비를 얹어 명이나물에 싸먹는 목살을 좋아한다.
경복궁역 근처 1,2호점 모두 웨이팅을 각오해야 하지만, 웨이팅을 감수할 만큼 맛있다. 2명이서 간다면 목살 2인분+삼겹살 1인분+항정살 1인분+찌개/냉면 순서로 먹을 것을 추천한다.
어린이 입맛이라면, 돼지갈비+냉면 조합 못 잃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0
한우목심갈비 270g 33,000, 평양냉면 15,000
돼지갈비에 냉면 조합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는가. 봉피양은 벽제갈비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돌판에 구운 돼지갈비를 맛볼 수 있다. 주로 평양냉면과 함께 돼지갈비가 생각날 때 가는 곳으로, 가족 혹은 친구들과 깔끔하게 식사를 하고 싶을 때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연말연시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면서, 슬며시 물어보자. 맛있는 고기 핑계 삼아 얼굴 한번 보면 더 좋고! 끝까지 스크롤을 내려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자 이제 고기 먹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