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Oct 11. 2018

자랑해도 좋을 우리의 집단 지성

저유소 화재와 이주 노동자

출근길 뉴스를 보니 고양저유소 실화 피의자가 석방되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처음 화재 소식을 접하고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기름을 보관하는 장소라면 보안이나 방화등 여러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을텐데 어쩌다 그 큰 기름 저유소에 불이 났을까, 이런 생각에 생각이 이어져 혹시 남북 회담에 불만을 품은 자들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에까지 이르렀다. 인근 CC TV를 분석해본 결과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가 재미삼아 띄운 풍등이 화재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일로 말미암아 그는 졸지에 중실화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아마도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우리나라의 집단 지성은 참으로 경탄할만 하다. 불과 2, 3일 사이에 힘없는 이주 노동자를 제물로 삼아 얼렁뚱땅 넘어가려하지 말라는 여론이 불같이 일어난 것이다. 잘잘못은 좀 더 따져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파장을 덮어버리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요량이라면 참으로 저급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GPS가 장착된 크루즈 미사일이나 전폭기에서 투하하는 폭탄 정도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고작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몽땅 불타버릴 정도라면 스스로 돌아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스리랑카 노동자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엄정하고 공평한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가 외국출신 노동자라고 더 좋은 대우를 해 줄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그가 힘없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출신이라고 해서 우격다짐으로 가두는 것은 대한민국 답지 못하다.


BTS의 대 활약은 물론 그들의 뛰어난 실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힘이 이제는 세계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도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대한민국의 힘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난 수십년동안 착실히 쌓아와서 마치 마그마가 들끓다 화산이 폭발하듯이 튀어나온 것이다. 음악이면 음악, 패션이면 패션, 미용이면 미용, 음식이면 음식 등 다방면에서 세계가 이제 우리 대한민국을 주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나는 우리 이성의 수준도 마찬가지로 세계적 수준에 올랐음을 스리랑카 노동자 석방에서 보게 된다. 따뜻한 가을 아침이다.

작가의 이전글 캐버나 대법관 지명의 의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