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Oct 10. 2018

캐버나 대법관 지명의 의의

브렛 캐버나 판사가 대법관에 임명되었습니다. 지명 이후 공화, 민주 양당의 치열한 논쟁, 막판에 터진 성추행 폭로, 음주 습관 등으로 그야말로 마지막 순간까지 상원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도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다수당인 공화당이 보수적 성향을 가진 캐버나를 대법관에 지명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의 대법관 임명이 가지는 의미를 몇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버나 대법관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2명의 50대 보수성향 대법관을 지명하였고, 두명 모두 상원 동의를 받아 대법관에 임명하였습니다. 이것으로 미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 예를 들면 낙태, 총기, 이민 등과 같은 이슈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존의 진보적 판례들도 재심에서 뒤집어질 가능성 역시 높아졌습니다. 공화당은 50대 초반의 대법관을 지명에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적어도 25년 이상은 안정적으로 보수를 대변할 대법관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캐버나 대법관의 성추행 사건은 무려 36년전의 사건입니다. 그가 고등학생때 저지른 일종의 일탈행위입니다. 피해 당사자는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캐버나는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36년전의 아직 철이 덜 든 10대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지금 단죄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반론에 부딪힙니다. 나아가 설사 그가 그런 행위를 했더라도 성인이 된 이후의 그의 행적을 보면 대법관으로서 기본 자질에는 문제가 없지 않은가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만약 10대 철부지의 한순간 일탈로 그 이후 살아온 삶을 부정당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합리적이려고 하면, 그런 행위의 피해자로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같은 무게로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점에서 메인주 상원의원 수잔 콜린스의 발언은 매우 비겁해 보입니다. 그녀는 '포드박사의 진술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신뢰하고 그녀의 아픔에 함께한다, 그러나 조사자료에 의하면 어디에도 가해자가 캐버나라는 것을 특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캐버나를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FBI의 BACKGROUND CHECK는 수사 보고서가 아니라 신원조회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보고서를 근거로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 지명전이 지금의 10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입니다. 10대때 약간의 불량한 행동을 하더라도 증거가 없거나, 그 이후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 라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죠. 나아가 그 사람도 그때 그랬었는데 나라고 왜,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캐버나의 예일대학 동기, 기숙사 룸메이트 등의 진술에 따르면 그가 의회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이 명확합니다. 본인은 술마지고 블랙아웃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했지만 동료들은 그와는 반대되는 증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전혀 고려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 역시 매우 좋지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 하겠습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캐버나의 노골적인 공화당 지지 발언도 매우 어색한 장면입니다. 미국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기보다는 정파적 이익에 우선하는 듯힌 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이 그를 1881년 이래 가장 첨예한 대립 속에 지명전을 치르게 했을 것입니다. 공화당 51명, 민주당 49명의 상원의원 중, 불참 공화당 1명, 기권 공화당 1명, 찬성 공화당 49명, 민주당 1명, 반대 민주당 48명이었습니다. 민주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사람은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 먼친 상원의원입니다. 그는 투표 시작전부터 이미 캐버나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1881년 상원에서 지명된 Stanley Matthews의 찬반 투표 결과는 24:23이었습니다. 그 이후 누구도 캐버나와 같이 찬성과 반대가 분명하게 갈린 후보는 없었습니다.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 지명전이 자당에 유리할 지, 불리할 지를 놓고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지명전이 민주당의 승리로 끝나, 캐버나가 낙마했다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매우 선전하였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민주당의 횡포에 열받은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반대로 여성들이 반공화당, 반트럼프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하여 민주당이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민주당의 전략으로는 공화당과 트럼프의 남편의 아내, 아들의 엄마라는 여성 공략 전략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뿐만아니라 트럼프와 캐버나를 탄핵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공화당의 캠페인이 훨씬 메시지 전달력이 강합니다. 게다가 경제도 트럼프 편입니다.


이래 저래 구심점 없는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가는 시월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맨하탄에서 싸게 주차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