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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Oct 16. 2018

AI 시대의 직업

직업, 살아가는 방편일 뿐만 아니라 자아성취의 수단이라고 배웠습니다.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땀흘리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소리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쯤 되면 일하지 않는 사람은 뭔가 죄를 지은 것 같고, 인생을 잘못 사는 것 같고, 하여튼 문제가 많은 사람쯤으로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것이 우리가 살아온 시절의 생활 규범이었습니다. 열심히 갈고 닦아서 좋은 직장을 찾고, 또 거기서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 절차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것은 땀을 흘리면 결과가 나온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땀을 흘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전제도 있었죠. 그것이 우리가 살아온 농업시대, 산업시대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상식이 더이상 통용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땀을 흘릴 자리도 없고, 땀을 흘려도 생산도 없고, 하지만 땀을 흘리지 않아도 항산이 있는 시대라면 과연 우리가 그런 가치를 그대로 따라야 할까요?  


미래는 10%만 일하고 90%는 노는 시대입니다.(10%, 90%는 물론 제가 시대적 흐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든 숫자입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고, 그래서 일하는 사람보다 그냥 노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시대가 곧 우리 앞에 와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정치인들은 이 일자리 없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제일 많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런 시대를 대비하여 우리도 뭔가 직업윤리를 새로 가다듬어야 할 것 같은데요.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경계를 허물어 열심히 일하는 것 만큼이나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직업의 취미화, 취미의 직업화를 한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취미활동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내가 땀흘려 번 돈을 취미활동에는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이죠. 직업이 돈을 버는 수단, 생활의 방편이 아니라 큰 의미의 취미활동으로 생각하고, 이 직업으로부터 버는 소득의 80%(세금이죠. 이것도 임의의 숫자입니다.)를 취미에 대한 댓가로 지불하고 20%만 자기 소득으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반면 사람들이 아무 할일 없이 빈둥빈둥 놀게 되면 이것 또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터이니 각자 원하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소득(기본소득)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취미의 직업화 입니다.


AI시대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특권이 될 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유산으로 미래를 규정하는 오류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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