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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Dec 20. 2018

8:2 사회

저는 미국을 8:2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파레토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 말인데요, 조금 더 설명하자면 한 나라의 부는 상위 20%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20%의 일개미가 80%의 일을 한다, 20%의 운전자가 전체 교통 위반의 80%를 차지한다, 상위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올려준다, 상위 20% 운동선수의 연봉이 전체 선수 연봉의 80%를 차지한다 등등 많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단면을 설명하는 데는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역설이 있습니다. 20%의 제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백화점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잘 안팔리는 80%의 제품을 없애버리면 잘팔리던 상위 20% 제품도 안팔린다는 것입니다. 하위 80%의 존재가치입니다.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 거대하고 다양한 미국은 시스템이 아니면 작동되지 않는 사회입니다. 주먹구구, 임기응변으로는 유지될 수가 없는 것이죠. 반면 워낙 언어, 종교, 문화, 인종 모든 면에서 다양하다보니 아무리 시스템으로 사회를 운용하려해도 허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시스템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예외인데, 시스템으로 운용되어야할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예외를 수용해야만 합니다. 제 경험에 비춰 미국 생활의 80%는 거의 시스템화 되어 있습니다. 20% 정도는 예외적인 것이라 사람이 수동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미국의 8:2 입니다.  

8:2

80%의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매우 비효율적이기도 합니다. 뻔해 보이는 것도 묻고 답하고, 생략해도 아무 지장이 없는 것을 몇단계에 걸쳐 일을 처리하게 합니다.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낭비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불평, 불만이 넘쳐납니다. 그렇지만 구성원 모두가 이렇게 해야만 모두가 안전한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비용, 저효율을 감내합니다. 일종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간혹 20%의 예외적 상황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샛길 혹은 지름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한번 법에 걸리면 패가망신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시스템 유지를 위한 일벌백계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고가 또 터졌습니다. 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 참으로 답답하고 난감합니다. 언제쯤 우리는 이런 사고에서 자유로워질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시스템 보다는 주먹구구, 임기응변으로 움직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모두 돈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한푼이라도 아껴보려고, 한푼이라도 더 남기려다 보니 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그깟 가스경보기가 몇푼한다고 그것을 달지 않는단 말입니까. 보스톤에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이사를 가기 위해 내부 수리를 마쳤는데 시청 검사를 받지 않으면 이사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 돈주고 산 내 집에도 내가 마음대로 이사를 할 수 없다니 짜증이 났습니다. 화재경보기, 가스경보기 등등 기본 설비를 다 점검받은 후에야 이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검사는 공짜가 아닙니다.


약간의 불편함과 약간의 비효율과 약간의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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