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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02. 2019

미국의 자유, 중국의 질서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2004년 봄, 여름 쯤으로 기억됩니다만 제가 북경에 근무할 무렵입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이익을 내기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단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떤 분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된 김 사장님은 한중 수교 이전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당시에는 제법 알차게 회사가 자리잡은 단계였습니다. 지금도 중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아마도 '꽌시'가 아닌가 싶은데, 꼭 중국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네트워킹은 정말이지 중국에서는 사업의 제일 밑천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던 시절입니다.


제가 그분과 연결된 것은 인터넷 보안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한 덕분입니다. 그분은 그 동안 중국에서 번 돈으로 인터넷 게임 보안분야에 투자해서 사업을 크게 확장하려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서로 인사만 나누고 식사하고 헤어지고 그 다음에는 서로 술도 한잔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저를 끌여들이려 한 것은 제가 돈이 많거나 힘이 될만한 중국 인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 뒤에 있는 회사 이름이 필요해서였을테고, 저는 우리 회사 제품을 김사장님이 개발하려고 하는 보안 솔루션에 번들로 집어넣어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죠.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 사업을 하는 분들은 잘 아는 바이지만 신문출판총서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이 부서에서 발행해주는 게임판호를 받지 못하면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문화체육관광부와 기능이 일부 겹치는 듯 한데 물론 그외에도 광전총국이라는 부서가 있었고 그 이후 신문출판총서와 광전총국이 통합하여 하나의 부서가 되었습니다만 김사장님이 온라인 보안분야에 진출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바로 이 부서에 근무하는 분들과의 인연이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그게 신문출판총서였는지 광전총국이었는지는 지금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급속히 퍼져나가는 PC 방과 이곳을 통해 파룬궁과 같은 반정부 단체들의 활동이 점증하자 중국 정부는 전국에 있는 모든 PC방 컴퓨터의 실시간 검열을 시도합니다.


네트워크를 조금만 이해하시는 분들도 이게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아실텐데요. 중국 정부에서 민간 PC방의 모든 컴퓨터에 해킹용 에이전트를 설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수백만대의 컴퓨터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겠다는 이 발상, 중국답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에서 지정한 검열단어가 검색되면 바로 차단하고 그 PC방에서 가장 가까운 공안(경찰)에 자동 신고됩니다. 그러면 공안이 출동하여 수색하고 반정부 혐의자를 체포하고 PC방은 폐쇄됩니다. 벌써 14, 5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듣기에는 지금 중국은 현금이 필요없을 정도로 핸폰 기반의 지불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시회 다녀오신 분들의 전언에 의하면 출입을 위한 패스도 더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안면인식으로 처리하는 것이죠. 전세계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가장 앞서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니 가능한 일입니다. 기술 발전이 우리 인간의 자유를 신장시켜나간다는 측면에서 환영해야할 일입니다. 그러나 만약 기술 발전이 독재국가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우리는 그 기술을 어떻게 평가해야할까요? 해킹을 통한 네트워크 통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민간인 감시가 합법적인 나라가 중국입니다. 독재국가들이 중국과 가까운 이유입니다. 같은 칼이라도 의사가 사용하면 사람을 살리게 되지만 강도에게는 살인무기가 된다지 않습니까. 미 중 마찰의 이면에는 두 나라의 이익이 충돌하는 측면과 함께 한편에는 또 두 나라가 지향하는 철학의 충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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