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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06. 2019

슈퍼볼 광고, 미클롭 울트라

땀 흘린 후의 맥주 한잔, 크~ 생각만해도 시원하지 않습니까. 맥주는 오로지 오비와 크라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맥주라는 것을 맛보고 나서 와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중에 판매되는 맥주를 골고루 맛보려면 수년은 족히 걸릴 정도로 다양합니다. 저는 그 중에 가장 대중적인 Coors Light를 즐겨 마십니다. 은색 깡통에 록키 산맥이 그려져 있고, 온도 감지 기능이 있어 냉장고에 저장되어 있으면 이 산이 푸른색으로 바뀌는 시각적 유혹이 제법 볼만합니다. 버드와이저와 함께 6팩이 $5.99에 팔리는 가장 저렴한 맥주입니다.


슈퍼볼 광고의 큰 손은 역시 맥주회사와 자동차 회사입니다. 이번 슈퍼볼에도 버드와이저는 얼굴을 내밀었는데요, 그게 어떻게 보면 한참 동생뻘인 쿠어스 라이트를 디스하는 것이라 좀 안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습니다. 맥주에 콘 시럽을 섞어? 그게 맥주야? 우리 맥주에는 콘 시럽 없어. 쿠어스 니네는? 그러니까 쿠어스 라이트는 콘 시럽으로 맛을 내지만 버드와이저는 콘 시럽 쓰지 않고도 맛을 낸다는 그런 광고였습니다. 아마도 제 입맛은 콘 시럽에 길들여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클롭 울트라를 처음 접한 것은 제가 군대 있을 때였으니 꽤 오래전입니다. 밀러 라이트도 그 시절 즐겨 마시던 것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미클롭 울트라를 마시면 같은 중대 GI 들이 와~ 그랬었는데 지금도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입맛에 맞는 맥주는 아니라서 지금은 자주 마시지는 않습니다. 이번 슈퍼볼 광고 중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 바로 미클롭 울트라 광고였습니다.


미래 사회, 사람과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보트가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달리기를 해도 로보트가 1등, 퀴즈대회도 1등, 힘싸움에서도 로보트는 단연 1등입니다. 지치지도 않고 잔꾀를 부리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로보트에 밀려 2등 시민 신세입니다. 그런 로보트가 길을 가다가 창 너머 희희낙낙하는 인간들을 바라봅니다. 도대체 로보트는 인간들이 왜 웃고 떠들고 즐거워 하는 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로보트가 범접할 수 없는 세계, 미클롭 울트라!


저는 이 광고를 보고 아~ 하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대단히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핵심을 찌르는 메시지이지 않습니까. 자동화와 로보트가 우리 생활에 깊이 침투할 수록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사람과 사람이 정이라는 점을 잘 포착한 광고였습니다. 물론 광고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쿠어스 라이트를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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