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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08. 2019

미래산업, 패션(2)

조선은 사양산업인가, 중추산업인가, 미래산업인가. 10년전이었으면 중추산업이면서 미래 산업이었지만 3, 4년에는 사양산업도 이런 사양산업이 없었다. 세계 1위의 조선 산업 덕분에 전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다던 거제, 울산에서 급히 팔려고 내놓은 아파트, 가게들이 즐비하다는 기사가 넘쳐났다. 2003년 말뫼시의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매입하여 스웨덴인들에게 '말뫼의 눈물'을 안겼던 현대 중공업은 13년 후인 2016년 바로 그 크레인이 가동을 멈추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최근 다시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이전의 활기를 다소 되찾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핵심역량이 없는 제조업의 운명이다.


패션은 사양산업인가, 미래산업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패션 산업을 보다 계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산업과 마찬가지고 패션 산업도 서플라이 체인 관점에서 보면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다. 1편에서 예를 든 맨하탄의 사무실은 피라미드의 정점에 해당한다. 중국과 베트남 중남미 등지의 봉제 공장은 피라미드의 바탕이다. 그 중간에 원부자재 업자와 물류회사들이 있다. 종사 인력은 바탕에서 정점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나 부가 가치는 그 반대이다. 봉제공장의 미싱사 1인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와 맨하탄의 디자이너 1인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는 하늘과 땅차이다.


우리가 말하는 사양산업으로서의 패션은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1인의 부가가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봉제 공장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공장다운 봉제 공장, 즉 라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공장이 있는가. 일부 내수용을 제외하고는 없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다. 내수용 조차 이제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생산하는 수량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즉, 우리가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패션산업은 이미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산업, 사라진 산업이다. 조선 산업처럼 아무리 대규모라도 핵심 역량이 없는 단순 제조업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봉제는 워낙 덩치가 작다보니 구제금융은 커녕 정부나 은행의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원단은 어떤가. 대구를 먹여살리던 그 많던 원단 공장들도 이제는 대부분 중국을 위시한 외국으로 나가버렸다. 성서공단의 매물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것도 어차피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제조업 그 자체를 우리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산의 프린트 공장 한 곳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라인을 풀로 돌리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멈춰서버렸다. 오더를 주던 바이어가 물량을 전부 베트남으로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이 단순 제조업의 운명이다. 원단으로 옷을 만드는 것이 패션산업의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 보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바로 그것이 패션 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인식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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