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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09. 2019

미래산업, 패션(3)

옷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업계 종사자라 옷을 보면 대략적인 원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가성비 높은 옷에 손이 먼저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구매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마음에 드는 것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색깔이 고와서, 무늬가 예뻐서, 디자인이 뛰어나서, 유명 브랜드라, 많이 깎아주니까, 유행하는 상품이라, 고유 기능 때문에...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옷을 고른다.


옷이 아니라 랩탑이나 테블릿이라면 어떤가. 믿을 만한 브랜드가 우선 고려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IT기기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당장 사양을 따지게 마련이다. 저장공간은 얼마나 되는지, 그래픽과 사운드 카드는 어떤 것인지, 화면 사이즈는, 메모리는 얼마나 큰 지 등등 객관적인 데이타를 비교하면서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이렇게 객관적인 사양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는 산업은 이성지향적 산업이라면 주관적인 기준으로 제품을 골라야 하는 패션은 감성지향적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스펙이 지배하는 제품은 표준화,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감성을 고려해야하는 산업은 표준화가 쉽지 않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시장이 그것을 소화해줄 지는 불분명하다. 판화 작가나 사진 작가들이 똑같은 작품을 무한정 찍어내지 않을뿐만 아니라 같은 작품에도 일련번호를 붙이는 것은 감성이 지배하는 시장을 고려한 까닭이다.


나는 1년에 두차례 원단 전시회에 참가한다. 매번 약 7,80여개의 고객사를 만나고, 이들이 선택하는 7,8백개의 제품 정보를 데이타베이스화 한다. 이 자료는 고스란히 내 컴퓨터 속에 저장되어 있다. 내 나름대로 데이타를 기준으로 분석해보고싶은 욕심이 있어서인데 최근에는 이것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고 있다. 같은 브랜드라도 수석 디자이너가 바뀌면 모든 것이 확 다 바뀌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단을 고를 때 하는 말은 대개 'Beautiful' 이거나 'Gorgeous' 이다. 거기에는 왜가 없다. 패션은 이성이 지배하는 산업이 아니라 감성이 지배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로지 주관적인 감성에 의존하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감각적인 우리가 더 잘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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