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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14. 2019

미래산업, 패션(5)

길거리에서 나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대체로 동류의식을 느끼기 보다는 마치 내가 도매금으로 매겨진 것 같아서 그 옷은 잘 입지않게 되는 것 같다. 나의 개성과 취향이 왠지 무시당하는 듯 하니 말이다. 옷이 날개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차별화는 특히 패션에서 키 워드이다. 그러면 옷은 어떻게 차별화되는가? 브랜드가 차별화의 핵심 같지만 사실 그것은 포장지에 불과하고 자세히 뜯어보면 옷은 대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 옷에 그 옷만의 가치를 가지게 하는 것, 그 출발점과 종착점은 다름아닌 원단이다.


원단에 의한 차별화는 눈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구별된다. 보이는 것은 프린트 같은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원단의 특수 기능이다. 최근 의류시장의 가장 큰 흐름은 기능성 의류의 영역 확장이다. 요가복에 불과하던 레깅스가 생활의류가 된 것인 이미 오래전 일이다. 남성 스포츠 재킷(우리는 콤비라고 부르는)에도 우븐(직물)이 아닌 니트(편물)이 당당하게 한 축을 차지한다. 운동의 생활화, 일상화에 따라 기능이 강조된 의류는 이제 어떤 브랜드도 피할 수 없는 상품이 되었다. 이른바 구색 상품 반열에 오른 것이다. 기능은 기본적으로 원단에 내재된 속성이다.  


원단은 물론 실로 만들어진다. 실 자체에 기능이 들어가 있어서 그 실로 원단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기능성 원단이 되고, 그 원단으로 옷을 만들면 기능성 의류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축성을 살려주는 라이크라 혹은 스판덱스 실이 들어간 원단이다. 반면 일반적인 실로 원단을 만든 후 표면처리를 통해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경우는 세탁시 기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기능성 의류는 그 기능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금 시끄럽게 해야만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차별화가 가장 손쉬운 분야가 바로 프린트와 같은 원단 표면 처리이다. 크게 보면 프린트이지만 눈으로 구분이 가능한 각종 가공들의 총합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실의 특성 차이를 활용하여 무늬에 따라 한가지 실을 녹여내고 다른 실은 그대로 두는 번아웃, 다양한 무늬를 구현할 수 있는 레이스, 실을 이용해서 무늬를 만드는 자카드, 무늬를 판화처럼 찍어내는 엠보싱 등 한마디로 어떤 형태로든지 아이디어가 구현된 원단이 옷을 다르게 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한 수단이다. 똑 같은 원단으로 똑같은 옷을 만들어도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하는 힘, 바로 그것이 텍스타일 디자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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