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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15. 2019

미래 산업, 패션(6)

타임즈 스퀘어에서 브로드웨이를 따라 남쪽으로 3~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패션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줄잡아 3, 4천개는 되지 않을까. 아마 더 될 것이다. 이 주변에 집중적으로 있다는 의미이지 이곳에만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블락이나 두블락 뒤쪽에도 수많은 패션 관련 업체들이 있으니 그 숫자는 가늠이 안된다. 미드타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소호, 브루클린, 롱아일랜드 시티 등등 곳곳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역시 뉴욕은 패션에서도 세계의 중심지 답다.


패션이 패션으로 온전히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디자이너가 트렌드와 시즌 컨셉에 맞는 스케치를 하면, 그 스케치에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 원부자재를 찾아야 하고, 원부자재가 수배되면 샘플을 만들어야 한다. 샘플을 만들기 위해서는 페이퍼 패턴이 필요하다. 옷이 완성되면 품평회를 거쳐야 하고 여기서 옷은 수정과정을 거친다. 최종적으로 다음 시즌 라인에 포함되면 이제 벌크 생산을 위한 원단을 발주하고 그 원단이 봉제 공장에 납품되면 실제 옷 생산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옷들은 해상이나 항공 운송을 통해 물류센터에 입고된 다음 고객에게 판매되거나 스토어로 납품된다.  


우리가 입는 옷은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정도면 제법 고용효과가 있는 산업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이것이 모두 한 장소, 한 나라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패션하면 디자이너만 떠올리지만 사실은 물밑의 노력이 없이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도 허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브로드웨이의 그 비싼 임대료를 내는빌딩에 디자이너와 함께 미싱사, 패턴사들이 함께 근무하는 것이다.


1400 Broadway 건물에 우리 고객사가 입주해 있다. 이 건물 3개층을 사용하고 있으니 꽤 규모가 있는 회사다. 이 정도면 임대료를 내는 것 보다 건물을 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싶은데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어떨 때는 하루에도 두 세번씩 이 회사를 왔다 갔다 하는데 내부를 들여다볼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리셉션 데스크에 샘플을 두고 온다든지, 혹은 맡겨 놓은 패키지를 픽업한다든지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간혹 회사 내부 깊숙히 들어가볼 때가 있다. 업무공간, 상담 공간과 함께 샘플 개발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회사는 패턴 개발과 샘플 제작을 직접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 의식속에 이미 한물간 것으로 생각되는 패턴사, 미싱사들을 회사가 고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들이 바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의 중요함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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