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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20. 2019

미래산업, 패션(8)

벤쳐란 무엇인가. 그것은 도전하는 모든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만이 벤쳐의 관을 쓰는 것은 불공평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모든 이의 노력이 그에 못지않다. 중년 퇴직자의 편의점 창업도 벤쳐라 불러야 마땅하고, 청년의 컴퓨터 게임도 벤쳐일 것이며, 소소한 편집샵이나 기능성 마스크 팩을 만들어 파는 것도 벤쳐라 불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할진데 벤쳐를 IT, BT와 같은 영역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 사회적 불행이다.


untuckit.com 이라는 회사가 있다. untucked의 의미는 셔츠를 바지속으로 집어넣지 않고 밖으로 꺼내 입는 것을 말한다. 정장룩으로 보이고 싶지만 편안하게 입고 싶은 사람들, 혹은 복장의 흐트러짐에 과히 신경쓰고 싶지 않은 자유주의자들이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통상의 셔츠는 길이가 좀 길어서 밖으로 꺼내놓고 입으면 아무래도 스타일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Chris Riccobono는 밖으로 아예 꺼내서 입는 것을 목적으로 셔츠를 만들었다. 적정한 셔츠 길이를 찾기 위해 1년여 공을 들였다니 누가 봤으면 참 일없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결과는? 당당하게 벤쳐 캐피탈로부터 무려 3천만불 투자를 받았고 모간 스탠리로부터는 6억달라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셔츠 길이를 몇인치 줄인 아이디어가 무려 6천 5백억이라니...


패션은 이렇게 정말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벤쳐의 보고이다. 다른 많은 벤쳐 기업들이 차고에서 출발하듯이 패션도 다르지 않다. 아이디어 하나로 무장한 젊은 디자이너들은 지금도 지하실에서, 차고에서, 곰팡내 나는 싸구려 스튜디오에서 그들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맨해탄 미드타운에는 그런 사람이 줄잡아 수천명은 되지 않을까? 그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1% 도 안되는 사람들이 겨우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도 도전하는 디자이너들은 멈추지 않는다. 미국은 아이디어와 시장을 연결시켜주는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는 덕분이다.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이나 전공자들은 머리속의 아이디어를 실제 옷으로 구현하기 위해 원단을 찾아내고, 그에 어울리는 부속품과 부자재들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어느정도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큰 돈은 들지 않아서 대개 본인들이 해결한다. 취미가 아니라면 만든 옷을 팔아야 한다. 전시회와 온라인이 이런 스타트업들의 좋은 출구이다. 전시회를 통해 수주를 하게 되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해야 하는데 이때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서 미국 금융 시스템의 장점이 발휘된다. 주문서를 근거로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 하나로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이 시장의 중견 브랜드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맨땅에 헤딩으로 성공할 스 있는 산업 패션, 이것이 벤쳐가 아니면 무엇이 벤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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