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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22. 2019

미래 산업, 패션(9)

영업은 참 어려운 일이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에게 명함을 불쑥 내미는 것은 여간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상대방은 이미 내가 뭔가를 팔기 위해 자기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명함을 건네는 그 순간부터 벌써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물론 영업 베테랑들은 그런 반응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대응 방법으로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려 하겠지만 말이다.


골프를 훌륭한 영업의 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진정한 영업 고수들은 물론 골프를 영업에 잘 활용하지만 결코 골프를 영업에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흔히 접대 골프라는 것이 접대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반대급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접대나 영업이라는 탈을 씌워서는 될 일도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콜드 콜, 이 말은 영업 현장에서 아무런 연고, 인맥, 사전 소개 없이 무조건 찾아가는 영업을 일컫는 말이다. 회사마다 찾아다니면서 명함을 마구 뿌리는 것이나 전시회 등을 찾아 고객이 될만한 부스를 찾아다니면서 회사 소개 자료를 배포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얼마나 어렵고도 힘든 일이겠는가.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콜드 콜에 절대로 직원을 1명 보내지 않는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과 비교적 일천한 신참, 이렇게 두명이 조를 이뤄 고객을 찾아다니게 한다. 이러면 아무래도 좀 덜 뻘쭘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사람이 사업을 흥하게도 하고 사람이 사업을 망하게도 한다. 좋은 사람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사기꾼 주변에는 사기꾼들이 끓게 마련이다. 얼마나 내 스스로가 신뢰를 주는 사람인가가 결국 내 주변에 사회적 신뢰가 높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지름길이다. 영업이 정말 어려운 것은 그것이 초면의 고객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정직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업은 예술이다. 영업을 해 본 사람은 이 말이 진실임을 안다. 예술하는 분들은 고깝게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이것이 예술이라면 규모면에서 영업만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도 많지 않다. 농구 감독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최희암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영업은 꽃이라고 했던데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강력한 영업은 물론 독점이다. 판매하는 사람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다.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물론, 반품이나 고객 불만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팔 곳과 팔지 않을 곳을 판매자가 결정하기도 한다. 그만큼 독점은 판매자 입장에서는 최상의 영업 형태이다. 미국의 일부 무기가 그런 경우다. 완력은 영업의 또다른 형태다. 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시장 상인들에게 보호비를 뜯어가는 조직 말이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죽을래, 돈 내놓을래라고 하면 전부 돈 내겠다고 하지 누가 목잘라라 하겠나. 중세 무슬림의 선교 방식이 이러했다.  


오늘날 이와같은 영업방식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독점은 국가가 나서서 강력히 규제한다. 인수 합병시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독점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와 같은 조폭은 이제 없어졌다. 그들도 음지에서 양지로 전향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완력이 아니라 피땀으로 일구는 사업과 영업이 더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다. 왠만한 시장은 이제 완전경쟁 시대다. 품질과 가격과 기능과 서비스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 영업에 더더욱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바로 이런 시대에 국가가 나서서 독점을 인정하고 장려하는 제도 있다. 특허가 그것이다. 그런데 내가 몸담고 있는 패션 산업의 경우 이런 특허는 일부 대기업의 전유물이고 중소기업들은 언감생심이다. 그정도 개발 여력이 없는 것은 차치하고 하루하루 살아남기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 아닌가. 그렇다고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중국의 저가 공세 경쟁자를 물리치고 아이디어 하나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영업의 비밀병기, 그것이 저작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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