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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07. 2017

제 51회 슈퍼볼 관전기

스포츠가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진부한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진부한 표현만큼 더 적절한 것도 없다.
2017년 2월 5일 휴스턴에서 열린 제 51회 슈퍼볼,
이것이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의 진수였다.
왜 모든 미국인들이 Patriots를 싫어하는지,
왜 빌 벨리첵과 톰 브래디는 공공의 적인지를 보여준 한판.


게임 시작전,
도박스들은 Pats에 75%, 팰콘스에 25%를 걸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소위(So called,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Pats의 우승을 예측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성적에서 팻츠 14승 2패, 팰콘스 11승 5패로 패츠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패츠는 수퍼볼에 9번 진출, 4번 우승한 강팀
펠콘스는 우승경력 전무에 수퍼볼 진출 경험이 딱 한번.
브래디는 이미 4번 우승을 이끈 백전노장이지만
라이언(펠콘스 쿼러백)은 9년만에 처음 치르는 결승전.
NFL 사상 최고의 헤드코치로 꼽히는 벨리첵과
이제 헤드코치 2년차의 댄 퀸,
어디를 비교해도 승부는 한쪽으로 기운 듯 했다.


나도 느긋한 마음으로 평소 즐기는 쿠어스라이트 대신, 샘 라이트 6팩과, 역시 맥주에는 치킨이 있어야 하므로 BBQ의 강남스타일 풀세트(간장에 버무린 치킨 윙 20개)를 준비해 놓고, 지루한 오후를 피닉스 오픈을 보며 보냈다. 안병훈이 막판에 무너지는 것과 그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마쓰야마, 하필이면 마쓰야마, 테레비 끄고 잠시 숨돌리기...


6시 15분 선수입장,
우승경험이 많은 패츠는 느긋하게 걸어서 입장한 반면,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가득안고 힘차게 뛰어서 입장하는 팰콘스.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고, 공군의 전투기가 하늘위로 휙 지나간다.
그런데 왜 지나갔는지 모를 일이다.
수퍼볼이 열린 nrg 구장은 개폐식 돔 구장이다.
이날 덮개는 닫혀 있었고 구장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전투기를 보지 못했다.


이어지는 코인토스.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
특별한 손님을 모셨다는데.....
기수들이 깃대를 좌우로 쫙 펼치자 나타난 주인공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부부.
다시 열광하는 관중과 양팀 선수들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입장하는 내내 로환호가 끊이지 않는다.
동전을 건네받은 부시 대통령의 코인토스가 힘없이 툭 떨어진다.
국가와 성조기와 전투기와 대통령,
얼마나 미국적인가.


토스 결과 팰콘스의 킥, 패츠의 리시빙으로 정해졌다.
패츠의 선공인 것이다.
이 양팀은 시즌 득점 랭킹 1, 2위일 정도로 공격력이 막강하다.
(1위 팰콘스, 2위 패츠)
당연히 다득점 게임을 예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뚜껑이 열리고 1st Quarter 가 시작되자 예측은 빗나가기 시작한다.
양팀 모두 긴장한 탓인지 첫번째 쿼터는 0:0


2nd Quarter,
글을 쓰는 지금은 널널하지만,
어제 게임을 볼때는 정말이지 속이 히뜩 디비지는 것 같은 느낌.
팰콘스의 첫 터치다운이야 그렇다 치고,
이어지는 패츠의 공격 중 공을 뺴앗겨 당한 두번째 터치다운으로
어느새 게임은 14:0,
러싱 게임에서 수비하는 팀은 공을 잡고 있는 상대방을 한사람이 붙잡고, 

다른 사람은 그 순간 공을 획 잡아채는 전술이 있는데,
팰콘스가 바로 이 전술로 공을 뺏어간 것이다.
지금까지 50번 치른 수퍼볼 중 10점 이상의 차이를 역전시킨 경우는 없다는 해설이 이어진다.
10점 정도야....


킥을 받아서 다시 공격에 나서는 패츠.
착실히 한발 한발 적진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 전반 끝나기 전에 타치타다운 하나 정도는 해놓고 가볍게 후반적 시작하자......고 하는데 얼레, 턴오버!
이런.....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톰브래디의 패스를 낚아챈 Robert Alford는 이 공을 쥐고서 엔드라인까지 냅다 질주, 타치다운 해 버린 것이다!
아뿔싸,
10점 역전도 없다는 수퍼볼 역사에 21:0이라니.


다시 이어지는 패츠의 공격,
겨우 겨우 팰콘스 진영 근처까지 가서는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4th down.
필드골로 3점을 얻어 체면치레를 한 채 전반전이 끝났다.
레이디 가가의 화려한 해프타임 쇼를 보며 잠시 정신을 추스리고,
샘 라이트를 찾으러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느새 샘은 간곳이 없다.
6팩으로는 모자랄 것 같더니.
샘대신 쿠어스로 바짝바짝 타는 속을 식힌다.


평소 게임 중이나 후의 인터뷰에서 빌 벨리첵은 딱 두세마디만 한다.
톰도 그런 헤드코치를 닮아 가는지 역시 인터뷰가 짧다.
그러나 락카룸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빌만큼 잔소리꾼도 없다.
이 정신나간 선수들을 긴 해프타임 휴식시간 중에 잔소리로 군기를 좀 다잡아아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3rd Quarter,
이런 젠장, 
빌의 잔소리도 별 효험이 없는 지 후반 시작되자 마자 팰콘스 공격,
어어어어 하면서 밀리다가 타치다운,
아 어쩌다 패츠가 이지경이 되었는지 28:3.
무려 25점차,
테레비를 꺼야 하나 계속 봐야 하나.
시즌 중의 경기라도 이정도 점수차를 뒤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쿼터 중반을 지나고 있으니 시간도 없다.
여기서 팰콘스 공격을 완벽하게 막고,
우리가 터치다운을 4개를 성공시키면 이길 수 있다.
두개도 세개도 아니고 네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그러나


James White가 겨우 성공시킨 마수걸이 타치다운,
필드골의 달인 고스토우스키가 등장한다.
33야드 앞에서 골대를 향해 차는 이 보너스 골은 넣으면 1점.
프로선수들은 거의 98% 성공한다.
백전 노장 고스토우스키의 필드골이 골대 사이를 향해 날아간다...
어어어 오른쪽으로 휘네
팅~ 하고 골대에 맞고 밖으로 튕겨버린다.
지금 1점이 아쉬운 판에 이제 뭐야 아 되는 일이 없구나.
어쩃든 점수는 28:9, 타치다운 3개면 뒤집는다.
Go Pats!


4th Quarter,
시간은 자꾸 가는데,
집에는 다와 가는데...
톰 브래디는 무표정하게 평소의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해설하는 사람이 지금 저런 러싱 공격 할 때가 아닙니다라고 하고
그래 지금은 빅플레이가 필요해,
그런 쪼잔한 2, 3야드 러싱 그런 거는 역적이나 하는 짓이야
얼굴은 벌개지고 가슴은 벌렁거리고
이쯤해서 멋지게 지는 모습이라도 보여라 제발
패츠의 공격은 또다시 팰콘스에 막혀 엔드존 앞에서 STOP.
다시 이어지는 필드골로 겨우 3점 만회해서 28:12.
딱 망할 징조다.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9분 44초.
이 시간 동안 어떻게 터치다운을 3개나 할 수 있겠는가.
아 두개만 해도 연속으로 2 point conversion 성공하면 되지.
ESPN은 이 순간, 
Falcons 우승 확율을 99.6%로 예측했다.


“One of the greatest catches I’ve ever seen”
Julian Edelman이 있었다.
대학교때까지는 쿼러백, 지금은 와이드 리시버.
톰이 가장 좋아하는 타겟.
5분여 남기고 다시 거북이 같이 전진하는 패츠.
날렵하게 적진으로 뛰어드는 에델만을 향해 공을 던지는 브래디.
아뿔싸, 3명의 팰콘스 수비수가 에델만을 둘러싼다.
덩치가 작은 에델만이 공을 잡지 못하고 허공에 튀기는 순간,
4명이 뒤엉키며 바닥으로 나뒹구는데, 
그 속에서 공을 향해 끝까지 사력을 다하는 빨간 장갑.
잡았다! 1st Down!

절대절명의 순간, 에델만이 해낸 것이다.
펠콘스의 챌린지. 판정이 잘못되었다는 어필이다.
챌린지 디나이드.
이어서 타치다운. 
28:18 이제 10점차.


톰이 손가락 두개를 올려 v자 사인을 보낸다.
필드골을 포기하고 2점을 얻을 수 있는 2 point Conversion을 택한 것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지금은 도 아니면 모.
여기서 성공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고,
실패하면 끝이다.


어떤 작전으로 나올까?
하는 순간 공을 뒤로 토스, 
톰이 껑충 뛰어 오르며 공을 잡는 시늉, 어 저러면 안되는데,
바로 그때 중간에서 다른 선수가 날렵하게 잡아채 그대로 돌진
터치다운!
이래서 28:20
이제는 한끗 차이.


패츠의 킥으로 팰콘스의 공격이 시작된다.
정말 시간이 없다.
어떻게든 저 공격을 멈추게 하고 우리가 다시 점수를 따야 한다.
내마음이 너마음 너마음이 내마음,
패츠는 공격력도 막강하지만 사실은 수비가 더 강하다.
지금까지 내준 28점 중 14점은 순전히 공격중 당한 턴오버때문이다.
순수하게 수비가 허용한 점수는 14점에 불과하다.
톰이 400야드 이상 패싱을 기록하는 동안
라이언은 겨우 200야드 조금 넘게 패스를 성공시켰을 뿐이다.
시즌동안 라이언은 전체 쿼러백 중 가장 긴 패싱 기록을 남겼고,
그것으로 시즌 MVP에 뽑혔다.


몇분 남지 않은 시간, 이때 패츠의 수비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라이언을 보호하는 라인배커들을 뚫고 달려드는 기세가 대단하다.
쿼러백을 넘어뜨리는 것을 쌕이라고 한다.
수비수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말하자면 적장을 쓰러뜨린 셈이다.
이 적장을 쓰러뜨리면서 공까지 낚아채면 금상첨화다.
이제는 하이타워(Dont'a Hightower)가 나설 차례다.
날렵하게 팰콘스 오펜시브 라인배커들을 비켜 라이언을 덮친다.
회초리같은 손이 따갑게 라이언의 앞가슴을 후려친다.
휘리릭 뒤로 빠지는 공!
마침내 턴오버!


우리가 공격이다. 남은 시간 3분여

다시 이어지는 브래디의 침착한 공격
나는 냉장고로, 이제 쿠어스도 다 떨어졌다.
도대체 맥주를 지금 몇병이나 마셨는지 
공격하는 도중 2 minute warning.
이것은 이제 게임이 2분 남았다는 신호이다.
2쿼터와 4쿼터에만 적용되는 룰이다.
잠시 숨을 돌리며 마지막 공격과 수비 작전을 짜는 시간이다.
중계하는 방송사는 가장 비싼 값으로 광고를 파는 시간이다.
집중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운동장에 나오는 선수들,
브래디는 처음과 똑 같은 무표정
이 공격을 성공시켜야할 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필드골 대신 2 point conversion을 성공시켜야 동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 1분
터치다운!!!! 성공이다.
2점 공격! 또 성공이다. 
마침내 28:28 이제 56초 남았다.


페츠의 킥,
팰콘스의 리턴.
라이언의 패싱 능력, 와이드리시버 훌리오 존스의 실력은 리그 최상
절대 만만하게 물러설 팰콘스가 아니다.
패츠 진영 30야드 정도까지 전진하여 필드골만 성공시켜도 팰콘스가 우승
이제 패츠가 할 일은 수비수들이 팰콘스의 전진을 40야드 이전에서 저지하는 것.
라이언의 긴 패스가 존스에게,
존스의 까치발 캐치.
이런.... 


이제 조금만 더 밀리면 끝장이다.
아틀란타는 지금 뒤집히고 있겠지.
그러나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연속으로 쌕을 성공시켜 20야드 이상 적을 물리치는 패츠.
이것으로 팰콘스는 끝났다.
남은 시간 3초
공격권은 패츠로.
정규시간은 이렇게 28:28로 끝이 났다.


이제 연장전이다.
수퍼볼 50년 역사상 OT는 한번도 없었다.

미식축구의 OVER TIME 규정은 이렇다.
코인토스로 공격팀과 수비팀을 정한다.
공격팀이 먼저 터치다운을 하면 게임은 끝난다.
상대팀에게 아예 공격의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다.
공격팀이 3점 필드골을 넣으면 상대팀에게 공격권이 주어진다.
다시 공격권을 가진 팀이 터치다운을 하면 경기는 끝나고 필드골을 넣으면 공격권은 다시 상대팀에게 넘어간다.


대개의 경우 선공을 선호하는 편이다.

코인토스에서 결정권을 가진 패츠는 이날 선공을 택했다.
그리고 이 첫번째 공격에서 보기좋게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34:28
대혈전은 패츠의 기적같은 역전승으로 끝났다.
펠콘스에게는 두고두고 아픈 상처로 기억될 경기.
그러나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The Greatest Comeback Ever Played in NFL Super Bowl History.


이 경기의 승리로
톰 브래디는 NFL 유일의 수퍼볼 5회 우승 쿼러백이 되었고,
이날 경기의 MVP에 뽑혀 수퍼볼 MVP 4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남겼다.
빌 벨리첵은 최다 우승 헤드코치가 되었고,
Patriots도 NFL 최다 슈퍼볼 진출과 최다 우승 팀이 되었다.


오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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