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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pr 15. 2019

타이거의 우승

메이저의 사나이 켑카의 18번홀 티샷은 정확했다. 평이한 코스보다 어려운 코스에 강한 켑카는 17번홀까지 -12. 뒤따라오는 우즈는 -14, 두 타 차이는 넉넉해 보이지만 한순간에 승부를 미로에 삐트릴 수도 있는 점수. 켑카의 세컨드샷은 홀 약간 위쪽에서 멈췄고, 비교적 직선에 가까운 라이였으나 조금은 까다로운 내리막 퍼팅.


승부의 클라이맥스는 15번홀이었다. 이 짧은 파5 홀은 선수들이 과감하게 투온한 후 이글을 노리는 점수관리 홀이다. 그래서 버디가 기본이고 파 아웃해도 손해본 듯한 곳. 타이거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운다. 투온. 이글 찬스. 넣으면 단독 선두. 그린을 둘러싸고 있던 수천명의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질러댔다.


아멘코너 두번째 홀인 12번홀에서 공을 물에빠뜨려 더블보기를 기록한 몰리나리는 타이거에 열광하는 갤러리들로 어쩌면 기분이 좀 언짢을 수도 있었다. 몰리나리의 세컨드샷은 페어웨이 좌측 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수많은 페이트런들의 발자국으로 진창이 되어 있는 곳. 그래봐야 홀까지는 72야드. 여전히 쓰리온 후 버디를 노릴 수 있고, 최소한 파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써드삿은 그린 앞 워러헤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이어진 드랍존의 다섯번째 샷. 어이없게도 또 물에... 더블보기를 범하며 몰리나리는 순식간에 선두권에서 사라졌다. 한편 타이거는 버디퍼팅 성공으로 단독선두.  


16번홀, 타이거의 티샷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진 그린의 오른쪽 능선부근에 떨어져 잠시 멈추는 듯 하더니 마치 GPS 지시에 따라 홀을 향해 스르르르 미끄러져 내려간다. 들어가나 들어기나 들어가나... 하는 순간 공은 홀을 살짝 지나서 멈췄다. 버디로 14언더. 두타차 단독 선두.


83회 마스터스의 마지막 견제구였던 켑카의 버디펏은 실패. 리더보드를 지켜버던 타이거는 18번홀 티 박스에 들어서며 우승을 확신했을 것이다. 두타차이 아닌가. 그러나 승부는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것. 티샷이 숲속으로 가버리면, 퍼팅이 난조를 보이면, 온갖 시나리오가 머리속에 오락가락한다. 타이거는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 우드를 꺼냈다. 15번홀의 과감함 대신 이제는 안전함을 택한 것이다. 페어웨이 오른쪽 세컨드 컷과의 경계에 떨어져 투온은 무난하다. 그러나 타이거는 투온을 포기하고 공을 그린 전방, 벙크와 벙크 사이로 그린과 깃대가 확실하게 보이는 곳으로 보냈다. 다시한번 우승의 집념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우승!


아들을 덥썩 껴안아 올렸다. 아버지 품의 깊이를 이제는 아들에게 전한다. 과연 이것은 타이거의 위대함인가, 마스터스의 위대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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