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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y 15. 2019

석유로 풀어보는 미 중 패권 전쟁

5월 10일 0시를 기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 관세가 25% 추가됩니다. 미 상무부는 이것이 도착 기준이 아니고 중국항구의 출항 기준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배가 빠르면 2주 늦어도 4주면 도착합니다. 미국은 중국의 목을 죄면서 다시 한달 정도 협상 가능 시간을 연장한 셈입니다. 이제는 영화의 시한폭탄 초침과 같은 운명입니다. G-2 답게 샅바 싸움이 정말 치열합니다. 하긴 한줌에 날라가버릴 것 같은 북한도 미국과 맞장뜰 기세인데 중국이 호락 호락하겠습니까. 미 중 무역 전쟁 과정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미국의 힘이 아니라 놀랍게 커진 중국의 힘입니다.


25%의 관세는 전혀 없던 관세가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세에 더해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기본 관세가 20% 였다고 하면, 1차로 10%의 관세를 부과해서 30%가 되었고, 10일 0시를 기해 여기에 다시 15%를 더 부과하여 최종적으로 45%가 되는 것입니다. 관세는 중국의 수출업체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수입 업체가 부담하는 것이죠. 최종적으로는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그 돈을 내야 합니다. 모든 비용은 최종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물건 값이 비싸지면 소비자들이 외면할테고 자연히 수입업체는 중국 공장에 값을 깎아라 라고 하든지, 아니면 베트남 등지로 옮겨갈 것입니다. 이렇게 되나 저렇게 되나 서플라이 체인의 구조가 바뀌게 되는 것이죠.


지금 미국은 중국이 말을 바꿨다고 하고 중국은 미국이 하지도 않은 말을 트집잡아서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저는 미국이 애시당초 중국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내세웠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미국의 목적은 관세 몇% 올려서 보호무역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거든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미국이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것도 중국과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 미국의 수입업체들에게 빨리 중국아닌 대안을 찾아라 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턱밑까지 따라온 중국의 힘 때문입니다. 소련붕괴 이후 30여년 미국은 절대 패권국가로 전세계를 지배해왔습니다. 미국의 한마디가 국제질서였습니다. WTO도, IMF도, WORLD BANK도, 심지어 UN조차도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도구들이었죠. 미국이 만들어놓은 이 국제 질서 속에서 중국은 와신상담하며 체력을 길러왔고, 여기에 가장 큰 힘을 보탠 나라가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입니다. 아마도 중국이 시장경제 질서에 참가하게 되면 자연히 공산당 1당 독재 체제도 무너질 것이라는 희망적 예측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예측은 빗나갔습니다. 고양인가 했더니 호랑이를 키운 셈이 되어 버렸습니다.


동물의 세계나 조폭의 세계나 비슷합니다만 실력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인자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주변의 눈길이 달라집니다. 중국몽을 앞세운 시진핑 주석의 대미 도전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관전할만 했습니다. 우선 미국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나라들만 골라서 자기편으로 끌여들였습니다. 일대일로는 그런 정책을 실천하는 골격입니다. 이정도는 사실 뭐 그러려니 할텐데요, 결정적으로 미국을 잠에서 깨게 만든 사건이 니카라과 운하입니다. 중국 사업가 왕징이 파나마 운하와 경쟁할 새로운 운하를 나카라과에 만들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운하 건설과 50년 운영권에 이후 50년 연장권한이 포함된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먼로주의의 배경이 유럽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 대해서는 간섭하지마라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을 관통하는 길을 내겠다니 미국으로서는 눈이 뒤집힐만 합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지금 지지부진 상태입니다.


중국이 이 운하 건설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석유 때문입니다. 베네주엘라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안전한 뱃길을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파나마는 미국의 통제아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막혀버릴 수 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매우 불안한 뱃길입니다. 지금 베네주엘라는 중국의 4번째 큰 석유 공급국가입니다. 미국이 파나마를 지긋이 누르면 중국으로서는 통증 정도가 아니라 온 몸이 뒤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베네주엘라의 마두로를 쫓아내려는 배경에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말이 많이 길어졌습니다만 돌고 돌아 결론은 석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석유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세계를 지배한 것은 달러와 연동된 석유의 힘 덕분입니다. 중국이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바로 미국이 지배하는 석유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합니다.


두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전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입니다. 전기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도 중국입니다. 내수 시장이 엄청나다보니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도 많고 기술도 자연히 가장 앞서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장려 정책 덕분입니다. 석유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제 중국은 전기차 최강국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철저하게 내연기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후방 연관산업이 너무 막대하기 때문에 이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을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지구 온난화 중국 음모설이 나오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두번째 사례입니다.


지구 온난화 대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입니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첫 논의가 이뤄진 것이 교토 의정서 인데요, 미국의 불참으로 지지부진하다가 큰 결과를 남기지 못하고 사문화 되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나온 것이 파리 협약입니다. 이번에는 미국도 참여해서 이행 로드맵도 만들어지는 등 성과가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트럼프 집권이후 미국이 탈퇴함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탈퇴의 변이 바로 지구 온난화는 중국이 만들어 낸 음모라는 것이었죠. 석유로 세계를 계속 지배하려는 미국과 석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의 집요한 노력이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음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구 온난화 논란을 중국이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듯 합니다.


미 중 무역 전쟁은 무역이라는 탈을 쓴 패권 전쟁입니다. 싸움이 격렬해질 수록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줄 똑바로 서라고 윽박지를 것입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의 운명입니다. 주일 중국대사의 이임식에 아베를 비롯한 천여명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일본이 이런다고 중국에 줄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거의 일심동체이니까요. 주일 한국 대사는 대사관저에서 직원을 모아놓고 단촐하게 이임식을 했다고 합니다. 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독자 행보라는 것이 이렇게 고단하고 외로운 것입니다. 외교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외교관들에게 새삼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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