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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y 21. 2019

켑카, 힘의 골프

힘빼는데 3년이라고들 합니다. 골프는 힘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얘기죠. 손안에 마치 병아리를 쥔듯 그립을 잡아라고 하는 것도 손아귀에 힘을 주지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동반자의 근사한 드라이버샷을 보고나면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저절로 어딘가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슬라이스나 훅입니다. 이렇게 골프와 힘은 천적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골프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들을 꼽자면 샘 스니드, 게리 플레이어,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가 떠 오릅니다. 이 모든 전설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써버린 사람이 타이거입니다. 타이거는 골프사를 타이거 이전과 타이거 이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전무후무한 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타이거가 부침을 거듭할때 PGA는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PGA 랭킹 1위를 거쳐간 선수만 해도 로리 맥길로이, 저스틴 로즈, 조단 스피스, 루크 도날드,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마스, 아담 스캇 등등 부지기수입니다.


오늘 새로운 랭킹 1위가 탄생했습니다. 부르스 켑카입니다. 101회 PGA Championship 에서 우승하면서 마침내 골프계를 평정해 버렸습니다. 골프 매니아들은 잘 아시겠지만 켑카는 2017, 18년 US OPEN, 2018, 2019년 PGA CHAMPIONSHIP 우승자입니다. 두 메이저 대회를 2년 연속 우승한 것이죠. 메이저 대회는 일반 대회와는 확연히 구분 됩니다. 좁고 긴 페어웨이, 빠른 그린, 거친 러프 등으로 선수들에게 거리와 정확도와 오차없는 퍼팅을 요구합니다. 일반 대회는 러프에 빠져도 왠만한 프로선수들이라면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는 다릅니다. 말하자면 변별력이 아주 뛰어난 대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켑카가 그런 어려운 대회를 물만난 고기처럼 휘저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을까요? 그것은 힘입니다. 90년대만 해도 근육운동을 하는 골프 선수는 거의 없었습니다. 타이거의 말에 의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선수는 타이거 본인과 비제이 싱 두명 뿐이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근육을 단련합니다. 그 중에서도 켑카는 단연 돋보입니다. 저지 위로 드러나는 그의 어깨와 가슴 근육은 마치 풋볼 라인맨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근육맨 로리 맥길로이가 예쁜 근육을 가지고 있다면 켑카의 근육은 힘 그 저체입니다.


320야드는 우습게 날립니다. 이 공이 러프에 들어가도 쳐올리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더 경악할만한 것은 러프에서 친 공 조차도 백스핀을 먹거나 떨어진 지점에 딱 멈춰버린다는 점입니다. 힘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샷 들입니다. 켑카는 힘의 골프 시대를 여는 선두주자입니다. 전인미답의 메이저 3연패가 걸려있는 6월의 US OPEN, 정말 기대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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