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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pr 02. 2019

가르시아와 김사장님

운동같잖은 운동이 골프입니다. 운동으로 불리는 이유는 아마도 룰이 있고 점수를 메기고 승부를 가리는 것 때문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아 물론 TV에서도 스포츠 뉴스 시간에 보여주니 운동은 분명히 운동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 나이또래 친구들이 '운동이나 한번 하지' 라고 말하면 거의 백발백중 골프를 말합니다.


골프가 근육단련에 도움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유산소 운동도 아닙니다. 우리같은 주말골퍼는 필드에 나가도 카트를 타고 다닙니다. 기껏 티박스에서, 운 좋으면 페어웨이에서 클럽 몇번 휘두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운동효과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린 위에서 힘썼다가는 지갑을 탈탈 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기를 쓰고 골프에 메달리는 이유는 이 뜻대로 되지 않는 운동이 사람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골프를 정신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을 끊임없이 단련하게하는 운동이라는 것이죠. 골프 해 보신 분들은 이말의 뜻을 바로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골프는 뜻대로 되는 경우보다 뜻대로 되지않는 경우가 훨씬 많은 운동입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않은 것에 집착했다가는 그 다음도 뜻대로 되지않을 가능성이 거의 백프로입니다. 한번 친 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실수가 있었다면 다음 샷으로 회복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프로 골퍼중에는 의외로 멘탈이 약한 선수가 있습니다. 꺼꾸로 멘탈이 강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세르지오 기르시아가 그런 경우입니다. 퍼팅이 안된다고 그린을 찍고, 벙크샷을 망쳤다고 모래바닥을 클럽으로 파 뒤지고, 아 클럽을 헤저드에 집어던지기도 했었죠. 클럽이 무슨 죄입니까.


제가 아는 분 중에 이런 분이 있습니다. 공이 아주 잘맞아 동반자가 굳샷이라고 외쳐주면 그저 겸연쩍은 미소로 아 어쩌다가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실수가 나오면 하늘을 보고 허허허 하고 크게 웃습니다. 그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모습이 참 대인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제가 북경시절 만났던 분입니다. 가르시아를 보면 꼭 그분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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