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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ul 10. 2019

아베의 트럼프 흉내 내기

일본 정부의 호들갑스런 도발과 우리 정부의 차분한 대응은 무척 대조적입니다. 한일간 분쟁이 축구로 해결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일대일 국력으로는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인정하기 싫어도 일본은 강국입니다. 인구도, GDP도, 기술력도, 환경도, 기초과학도, 국민들의 사회성도 결코 2류국가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베를 위시한 일본 정계는 잘 봐줘서 2류, 냉정하게 평가하면 3류 정도일텐데, 그에 반해 우리 정부를 일류라고 평가하기야 좀 그렇지만 이번 분쟁 사태를 놓고 보면 적어도 일본보다는 한수위인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국제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혼돈'입니다. 트럼프가 쏘아대는 대포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방이니 동맹이니 하는 개념은 트럼프의 돈계산앞에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동맹은 군사동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동맹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호간 분업체계를 인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트럼프는 그런 국제 분업 관계를 부정합니다. 대신 돈되는 사람은 친구, 돈 안되는 사람은 적이라는 아주 간단한 등식으로 외교관계를 규정합니다. 트럼프의 이런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은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국가들이 쌓아온 국제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그결과 나타난 것이 오늘날의 혼돈이고 이 혼돈은 '각자도생'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본의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무역 보복카드는 아베의 트럼프 흉내내기입니다. 저는 트럼프와 아베의 밀약을 의심합니다. 아베가 절대로 미국의 동의없이 한국의 심장에 비수를 들이댈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미국 정부의 사전 양해 정도는 있었으리라 추정합니다. 한일간의 균열은 미국 정부가 Pivot to Asia이후 가장 역점 관리하는 항목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우산아래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싸울 일이 있어도 좀 참고, 같은 동맹으로 중국에 맞서자는 것입니다. 트럼프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통령이었다면 사전에 미국의 조율아래 어떤 형태로든 직접 보복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이 뭐 그건 니네들이 알아서 해 하는 순간 아베는 칼을 뽑은 것이죠.


우리 정부가 조용하게 대응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우리 힘으로 일본을 제어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빚을 진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도 뭔가를 양보해야만 합니다. 주둔비 인상이든, 대일 사절단 파견이든 하여튼 뭔가는 싫어도 해야 합니다. 그것이 힘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 향방은 7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질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단기적 전망과 함께 2021년 이후의 국제관계를 더 걱정합니다.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수상이 동시에 외교무대에서 사라졌을때 지금과 같은 혼돈과 각자도생의 국제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그 반대의 경우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한반도 주변 정세는 점점 더 고차원의 방정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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