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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ul 11. 2019

일본이  준 기회

일합을 겨뤄보기 전에는 상대의 파괴력을 정확히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승부를 한번 겨뤄봐야 비로소 나의 진정한 실력도 알 수 있습니다. 덩치 크다고 싸움에 능하지 않듯이 덩치는 작지만 아주 매섭게 잘 싸우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굳이 싸움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상대와 나의 실력을 한번 객관적으로 검증해본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흔히들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를 언급할때 구한말과 비교하고는 합니다. 열강의 거침없는 힘겨루기와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의 초라한 모습을 대비하다보면 일부 유사성에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관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100년전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는 어느나라를 찾아가도 문전 박대였습니다. 군대는 오합지졸이요, 우리가 생산하는 공산품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습니다. 제 앞가름을 못해 황제는 남의 나라 공관으로 도망까지 가야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당당한 글로벌 10대 경제 강국입니다. 우리 군대도 이제는 해외 분쟁지역에 파견되어 다른 나라를 지원할 정도입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 포츠담 회담의 책상위에 던져진 졸같은 신세는 더 이상 아닌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세계 질서를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강이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든 우리를 괴롭히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지만 적어도 이제 우리는 때리면 때리는 대로 얻어맞기나 하는 그런 나라는 더 이상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칭할 때, 냄비근성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공부도 주로 벼락치기에 익숙합니다. 나쁜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치밀합니다. 아베는 이 한방을 위해 6년을 준비했다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면종 복배인데요. 서로 웃으면서 악수하다가 돌아서서 뒤통수를 치는 인간은 절대로 상종해서는 안될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준비를 안한 것이죠.


6년의 준비를 거쳤다니 아마도 필살기를 몇개 더 준비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피를 좀 흘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뿐입니다. 우리는 다시 회복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일본의 필살기들이 결국 무용지물임을 증명할 것입니다. 바로 그 지점이 진정한 실력을 평가는 순간입니다. 그즈음에야 일본은 비로소 우리나라를 진정한 이웃으로 인정할 것이며, 우리도 비로소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은 지금 우리에게 스스로 그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기회를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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