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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ug 05. 2019

나의 달리기

여행은 여행 그 자체도 소중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언제 갈 것인지가 정해지면 그에 맞게 목적지를 찾고,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그 목적지를 정한 이유야 개인별로 다양할테지만 거기에 무슨 특이한 점이 있는지 어떤 맛집이 있는지, 다른 사람이 보지못한 뭔가는 없는지 부지런히 연구를 하게 됩니다. 혹은 바닷가라서 푸른 바다와 넓은 백사장뿐이라면 수영복은 몇개를 챙기고 어떤 책을 고르고 어떤 영화를 다운 받아 갈 것인지를 생각합니다. 여행은 그래서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입니다.


골프는 또 어떻습니까. 이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오늘 전화해서 내일 시간되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한달전 쯤에 함께 라운딩할 사람들과 연락을 취합니다. 누군가가 골프장 예약을 하고 같은 썸 친구들에게 장소와 시간을 공지합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지난번에 빼앗긴 천원짜리 몇장을 생각하며 연습장에도 가고 골프비디오도 보고 예약한 골프장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나름 코스 연구도 하게 됩니다. 이러다보면 한달이 훌쩍 지나가고 마침내 필드에 서는 날이 오고야 마는 것입니다. 라운딩 전날의 설레임은 여행가방을 보며 느끼는 설레임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달리기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비해 매우 저평가되어 있는 운동입니다. 여행도, 골프도 가슴 설레이게 하는 무엇이 있다면 저는 단연코 달리기에도 가슴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프 매니아들이 새로운 장비에 혹하고 여행 매니아들이 오지에 열광하듯이 달리기 매니아들도 좋은 운동화에 정신을 빼앗깁니다. 보기에 너무 단순해 보이지만 달리기용 기능성 셔츠와 팬츠를 착용할때 러너는 무한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해줄 모자도 소중합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신발끈을 조일때 흥분지수는 치솟아 오릅니다.


그리하여 러너는 잘 조성된 달리기 코스라도 발견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아 달리고싶다고 되뇌이는 것입니다. 제가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주말 새벽마다 드라이브를 나가는 길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길 밑으로 깨끗하게 조성된 산책로를 발견했습니다. 달리기에는 안성맞춤으로 보였습니다. 꼭 달려봐야지 다짐하기를 수십번, 어제 오후 기억을 더듬어 그곳이 어디인가를 확인한 다음, 섭씨 31도라는 온도계도 무시하고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조셉 클라크 레일 트레일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왕복 7.6마일, 주말 달리기에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길이. 달리기는 고통과 함께하는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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