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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ug 28. 2019

개천과 용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 수긍하는 편입니다. 자랑으로 들릴 지 몰라 좀 염려스럽기는 합니다만 저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대학교 다닐때만 해도 용 정도는 못되어도 조금 난 놈 정도는 되었던 듯 합니다. 그 이후는 대충 휩쓸려 살았습니다.


제 고향은 아직도 농사를 짓고 있는 시골입니다. 새로운 길이 여기저기 생겨 이전에는 제법 들판같았던 곳이 지금은 갈갈이 찢어졌는데 일년에 한번씩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이 찢어진 들판을 바라보면 마음이 짠해 집니다. 동네 뒤 땔감용으로 나무를 하러 가던 산도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끊겨 멀리서 봐도 아름드리 소나무가 촘촘합니다. 학교 다니면서 농사일을 돕던 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계 영농의 시대로 바뀌기는 했지만 논농사 밭농사도 여전합니다. 제가 고향으로 사랑하는 이곳을 굳이 분류하자면 개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고향을 떠나 유학길에 오른 이래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운 것이 제 인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갈길 굽은길도 있었고 포장길도 만났고 때로는 길이 끊겨 좌절하기도 하고. 저는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혜택을 참 많이 받은 것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저는 우리 사회의 성장 궤적을 따라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런 제가 마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듯이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아니라고 감히 말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천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용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개천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용은 계속 나올 지 몰라도 그 용이 나오는 곳은 개천이 아니라 한강이거나 낙동강이어야 합니다. 여전히 개천에서도 용이 나오게 하자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듯 합니다. 그 뜻은 이해하고 공감하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개천을 개천이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해야할 일이 아닐 것입니다.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세상, 우리가 다함께 만들어가야할 세상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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