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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ug 28. 2019

8월 마지막 주 월요일

8월 마지막 주 월요일입니다. 저는 예년과는 달리 매우 바쁜 8월을 보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기획한 원단 전시회가 두개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그 두 건이 모두 8월에 몰리게 된 것입니다. 8월은 미국이나 한국 할 것 없이 사실 사업 상담에는 좋지 않은 달입니다. 상당수 고객이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휴가를 가지 않는 사람들도 Summer Hour라 해서 금요일을 쉬거나 오전 근무만 하는 경우가 절반이상입니다. 그런 와중에 열린 전시회라 스트레스도 상당했습니다.


저는 저대로 먹고 사느라 바빴지만 조국은 조국대로 또 바쁜 한달을 보낸 것 같습니다. 8월은 조국의 광복이 있는 달이기도 해서 어떻게 보면 조국의 형제자매 일가친척 친구동창 등등 모두는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마무리되는 한달이 아닌가 싶습니다.저는 조국 광복의 달 8월에 시끄러운 조국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몇가지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는 중입니다.


첫째,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반성입니다. 반성이라기 보다 가슴을 쓸어내렸다고나 할까요? 하긴 저같은 장삼이사는 이렇게 신문과 방송을 한달동안 쥐고 흔드는 것은 고사하고 신원조회서 제출할 일도 많지 않아서 설사 편법을 좀 저질렀다고 해도 드러날 일도 없습니다. 제 아이 나이가 조국 후보자 아이와 비슷한데 저도 그 무렵 한국에서 애들 입시를 준비했다면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능력 범위내에서 최대한으로, 혹은 좀 무리를 해서라도 그 편법에 동승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둘째, 조국 후보자가 지금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할 정도의 권력을 손에 넣을까 말까 하는 순간이기는 하지만 10년전에도 혹은 5년전에도 그 정도 권력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일단 인물이 훤칠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듣습니다. 그때 그는 재야의 명망가 정도였을텐데 법과 제도가 모두 조국 후보자와 그의 가족을 위해 작동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편법이 일부에만 통용되는 것이었다는 점에 좌절을 느끼는 젊은 친구들에게 공감합니다. 법이 허용한 범위내에서 나에게 주어진 돈과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여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회적 행위를 법으로 재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면 결국 사회의 존립기반이 무너지게 됩니다. 나찌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등장하였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절대 빈곤보다 더 무섭습니다. 어떤 페친의 포스팅에서 본 것입니다만, 미국 국민들 중에서 5만불 소득자보다 2만 5천불 소득자가 더 행복하다는군요. 그 이유는 5만불 이웃에는 10만불 버는 사람이 살지만 2만 5천불 이웃에는 1만불 버는 사람이 살기 때문이라는 거죠.


참 희안하게도 한달 내내 조국 타령을 들으면서 이 분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데 과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조국 본인을 평가하는 내용보다는 온통 가족들 이야기뿐입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철학에 깊이 함몰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의 가족으로 살기는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국 후보자의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청문회 일정이 잡혔다니 다행입니다. 여야 모두 철저하게 준비해서 그가 과연 법무부 장관으로 합당한 인물인지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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