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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09. 2019

시진핑의 시간

다소 뜬금없는 말입니다만 아직도 진행중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가장 신선하게 느껴진 것이 '대통령의 시간', '국회의 시간' 이라는 용어였습니다. 이전에도 이 말이 자주 쓰였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는 이번에 처음 접했습니다. 온전히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국회가 역할을 다해야 하는 시간으로 이해되었는데요. 그 두 용어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함축하고 있지 않습니까. 언론이 온 국민을 시궁창이에 밀어넣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다가도 이런 신선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아직 그 동네에서 누군가는 역할을 하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미중 무역 전쟁에서 지금이 트럼프의 시간일까요, 시진핑의 시간일까요? 저는 시진핑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중국 몰아붙이기는 거칠기가 30년 농꾼 손바닥보다 더 심했습니다. 말로는 존경하는 내친구 라고 했지만 시 주석 입장에서는 그저 주먹이나 휘둘러대는 골목대장 같았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술에 불과합니다. 그는 상대를 코너에 몰아붙인 다음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스타일입니다. 은행을 상대할때, 토지매입을 위해 건물주들과 협상할때, 혹은 기타 여러 채권자, 사기 소송 피해자들을 상대로 잘 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인 몇백만명 정도에는 눈도 깜짝 하지않을 시진핑입니다.  


장기 독재의 길을 열어놓은 시진핑의 시계와 4년이 임기인, 잘해야 8년인 미국 대통령의 시계는 같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시스템보다는 개인기에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협상하자고 조르는 사람은 트럼프이지 시진핑이 아닙니다. 재선되고나면 더 힘들어질테니 지금 협상하는게 좋을거야 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발 내 재선 좀 도와달라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간을 거머쥐면 모든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그 어떤 협상에서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협상가들은 상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싸웁니다. 이 시간 싸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지고 있습니다. 이제 패는 시 주석의 손에 들어갔고 협상을 하든 파투를 내든 그것은 시 주석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트럼프 재선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는 무역전쟁을 더욱 확전으로 이끌 것입니다. 트럼프 재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면 확실한 보험을 챙기려 할 것입니다. 시진핑의 시간, 가히 꽃놀이패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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