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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Oct 22. 2019

인천공항 1

가을이다. 같은 가을이라도 가을다운 맛이 나는 가을은 나뭇잎은 적당히 떨어져 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일 때, 바람이 불어 떨어진 낙옆을 휘익 쓸어갈 때, 그 바람의 한기가 옷깃 사이로 들어와 저절로 몸이 움츠려질 때. 이런 날은 뜨끈한 국물로 속을 데워야만 한다. 굳이 애주가가 아니라도 이렇게 가을은 사람을 술자리로 이끄는 것이다.


가을의 찬바람에 떨어지는 것은 나뭇잎만이 아니다. 우리는 떨어진 모든 것을 다시 주워 담기 위해 가을 여행을 떠난다. 가을 여행은 어디로 가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지금 있는 자리로부터 떠나는 여행이다.


가을의 공항은 여전히 바쁘다. 떠나는 사람, 돌아오는 사람. 공항은 머물러 있는 호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강물과 함께 흘러간다. 나도 그 무리에 섞여 흘러간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언젠가는 돌아갈 곳이 있고, 그곳에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떠나기만 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이별이다. 가을에 디시보는 인천의 하늘, 땅. 나는 돌아온 것인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가. 어쨋든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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