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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Oct 24. 2019

다시 인천 공항

다시 공항입니다. 오면 가고, 가면 또 돌아오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꽉 짜여진 시간표 덕분에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 버렸는지도 모르게 나는 내가 도착했던 그 장소에 출발하기 위해 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붐비는 공항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입니다. 공항은 멈추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업무상 출장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는 듯 합니다. 저처럼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중간 중간 짬을 내어 그리운 이, 사랑하는 이를 만났습니다. 반가움은 가끔 이성을 마비시켜버립니다. 이성이 좀 마비되면 또 어떻습니까. 웃고 떠들고 마시고 추억하고, 반가운 만남의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흘러갑니다. 하지만 만나지 못한 이들이 더 많습니다. 한사람 한사람 저에게 소중함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분들입니다. 제가 열심히 살아가듯이 그분들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계시리라 믿으려 합니다.  


한국의 가을을 즐기기에 차고 넘치는 날들이었습니다. 새벽 공기는 차가왔으나 낮은 또 겉옷을 벗게 만들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힌 구름과 둔치 오솔길의 코스모스와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 그래서 달렸습니다. 여의도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샛강쪽의 나무들은 제법 울창하였고 잡풀들은 하늘높이 자라서 제 키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른 아침, 흐릿한 안개와 밝아오는 하늘과 이슬이 촉촉한 흙길, 달리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어디 있겠습니까. 거리를 확인해보니 8.84km였습니다. 다음날은 동작대교까지, 또 다음날은 선유도까지 뛰었습니다. 대략 9.5km 내외였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이 달라도,
믿는 종교가 달라도,
지지하는 정당이 달라도 저는
사랑이
그리움이
반가움이 그런 것들보다 더 크다고 믿습니다. 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쩌면 이것은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몇 안되는 특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천공항은 설레임과 반가움의 시작이자 아쉬움이 마무리되는 곳입니다. 이제 탑승구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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