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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ug 03. 2017

허드슨 강 이야기-하이드 파크


오늘은 CIA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CIA는 뭔가 음침하고 비밀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꽤 멋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이 거의 헐리우드 덕분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말씀드리는 CIA는 지금 막 머리속에 떠올린 그 CIA가 아닙니다.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즉 미국요리학교 입니다. 1946년 2차 대전이 끝나고 귀환하는 장병들의 취업 알선을 위해 코네티컷 주의 뉴헤이븐(예일대학이 있는 도시입니다.)에서 직업훈련기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지원자들이 늘어나면서 뉴욕주의 Hyde Park으로 1970년 이전하였고, 1993년부터는 학사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지금은 미국내에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 해외에는 싱가포르에 캠프스가 있는 국제적 명성의 요리 전문 교육 기관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CIA Main Campus가 있는 Hyde Park는 런던에 있는 공원 이름이면서 동시에 미국 뉴욕주에 있는 지명으로 뉴욕시에서 허드슨 강을 따라 북쪽으로 약 150km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인구 2만1천명이 조금 넘는 조그만 도시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일종의 조그만 읍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차로 가는 것 보다는 기차로 가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무 계절이나 상관없지만 하드슨 강변의 멋진 풍광을 즐기려면 아무래도 가을이 좋겠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10월말쯤이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맨하탄에서 알바니 혹은 버팔로행 기차(암트랙)를 타고 가야 하는데 이 철길이 허드슨 강변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까닭에 허드슨 강과 그 연안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철길이 강의 수면과 비슷한 높이로 되어 있어서 보는 맛이 색다릅니다. 기차는 포킾시(Poughkeepsie)라는 곳에 정차하는데요, 포킾시와 하이드파크는 이어져 있는 도시입니다.


하이드 파크가 유명해진 것은 순전히 프랭클린 루즈벨트 덕분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 영면한 그야말로 하이드파크의 아들입니다. 그의 생가는 허드슨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나무가 많이 자라 강이 보일듯 말듯 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이 자라나던 그 시절에는 방이나 테라스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허드슨 강이 훤히 보였을 듯 합니다. 때로는 강가로 내려가 물장난도 하지 않았을까요? 이 생가는 포킾시역에서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미국의 32대 대통령입니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통령에 네번 연거푸 당선되어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대전 승리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지만 성인이 된 후 발병한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쓸 수 없었습니다. 요양중이던 죠지아주의 온천에서 사망하자 당시 부통령이던 트루먼이 3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그런데 루즈벨트가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당시 미국인들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우호적이든 비우호적이든 상관없이 언론들이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가 바로 앞에 하얀 대리석으로 아담하게 만든 그의 무덤이 있습니다. 부인 엘리느 루즈벨트 여사도 여기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렇듯 허드슨 강은 하이드 파크를 만들었고 하이드 파크는 루즈벨트를 낳고 키우고 이제는 품안에 안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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