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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an 17. 2020

아 맛있네!

"아 맛있네."
그의 첫마디입니다.


그와는 일년에 10번 내외로 식사를 같이하는 사이입니다. 그는 서울이 집이고 저는 뉴욕에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자주 만나는 것 같지만 저의 한국 출장때, 그리고 그의 미국 출장때 2, 3일동안 점심 저녁을 같이 먹는 횟수를 합친 것이니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의 사장님들 중 제가 가장 자주 식사를 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제서야 우연히 그의 테이블 매너를 발견하게 된 것은 저의 관찰력이 부족했거나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탓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무슨 특별한 맛이 있겠습니까. 햄버거 집에 가서 콜라, 햄버거, 프렌치 프라이를 먹을 때도 그는 어김없이


"아 맛있네." 를 연발합니다.


중국 식당에 갔는데 기름 범벅으로 되어 나오는 요리를 맛보고는 또 환하게 웃으며


"아 맛있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깨달았습니다. 이 이 분은 참으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라고 말이죠.


실제로 음식이 맛있어서 "아 맛있네." 라고 하였을 것입니다. 맛 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분과 식사하면서 맛이 이상하다거나 그집 음식 별로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첫술에 "아 맛있네." 라고 합니다. 그 사실을 어제야 깨달은 것입니다.


아마도 식도락가여서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뭐든 먹는 것이라면 다 좋아하는 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그분이 "아 맛있네'"라고 하는 순간 식탁은 분위기가 환해지면서 동석한 사람들도 식욕이 동합니다. 그리고 나서 음식 맛을 보면 실제로 또 좀 맛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이집 음식맛 왜이라 라고 말하는 순간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이런 식탁 매너는 정말 마음에 꼭 새겨야 하겠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제가 그 사장님께 한말씀 드렸습니다.


"사장님 복은 식탁의 첫마디, 아 맛있네 에 다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어려운 와중에도 작년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니 그것은 '아 맛있네'의 위력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올해도 사업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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