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Jan 10. 2020

미국과 이란 3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 이후 가진 기자회견은 기존의 기자회견과는 좀 달랐습니다. 지지자들은 홈런 회견이라고 하는가 하면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은 전략부재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런 반응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그가 참모들이 미리 준비해준 원고를 그대로 읽는 것으로 끝냈다는 것입니다. 질의 응답도 없었습니다. 준비한 참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합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스타일로 보면 이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도 이제 비로소 정치인이 되어가는 것일까요?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 대해 시중에는 짜고 치는 고돌이가 아니냐하는 의심의 눈길이 있는 듯 합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란 정부의 정적 제거,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 돌파, 산유국으로 유가 인상 유도 등등이 작용하여 미국과 이란이 겉으로는 싸우는 척 하면서 뒤로는 함께 작당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란이 (후원하는 민병대를 자극하여)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면 이를 빌미로 미국은 (이런 현 정권의 유력한 정적인)솔레이마니를 제거하고, 이란은 이에 대응하여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되 미국에게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으로서 유가만 자극하고, 이정도에서 미국은 더이상 군사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가 그것입니다.  


항상 그러하듯이 이런 컨스피러시들은 매우 그럴 듯하게 들립니다. 말의 앞뒤가 착착 맞아 들어가는 것이 더더욱 그러합니다. 저도 이런 상황 분석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별로 믿지는 않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이정도 짜고 칠 정도의 비선 협상 라인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상 파기 이후 미국과 이란은 사실상 대화창구가 끊어진 것이나 다름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이것이 정말 사실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더 강력한 탄핵 폭풍에 휘말릴 수 밖에 없습니다. 비밀스럽게 한다고 했던 우크라이나 건도 들통났는데 이정도 규모의 작전 비밀이 지켜질 리가 없습니다. 그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이란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에 내부에 권력을 향한 경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란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강력한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 종교지도자가 입법 행정 사법을 총괄하는 신정국가입니다. 로하니 대통령 위에 하메네이 종교지도자가 있는 모양새입니다. 절대권력자인 하메네이 지도자가 미국과 내통하여 이런 일을 벌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로하니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면 아마도 그는 하메네이 지도자에 의해 뭔가 조치를 당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컨스피러시를 믿지않는 세번째 이유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서 이란이 보여준 신중하고도 이성적인 행동에 좀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제된 회견에도 저는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박수를 쳐주려고 합니다. 성격대로라면 말폭탄을 퍼붓고 싶었겠지만 나름대로 그 성격을 잘 다스린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정말 통큰 협상에 나설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긍정적 전망을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과 이란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