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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an 29. 2020

무한(우한)의 추억

중국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四川人不怕辣,貴州人怕不辣,湖南人辣不怕'
(사천인 부파라, 귀주인 파부라, 호남인 라부파)  

'사천 사람들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귀주 사람들은 맵지않을까봐 두려워하고, 호남 사람들은 매워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로 자기들의 매운 맛이 더 맵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글자 순서만 바꿔도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중국어의 묘미인데 바로 그 진수가 드러나는 말입니다. 중국은 워낙 큰 대륙이라 언어도 문화도 음식도 다양하기 짝이 없습니다. 상해, 광주 사람이 각각 자기 지방 말로 대화를 하면 전혀 의사 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맛의 차이도 유별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맛을 본 것으로는 호남의 매운 맛이 가장 우리 매운 맛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사천요리(川菜)의 매운 맛은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인데, 처음에는 매운 맛이 별로 느껴지지않다가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매워지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호남요리(湘菜)의 매운 맛은 입안 가득히 묵직하게 그 맛이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듯 했습니다. 제가 귀주성은 가보지 않아서 그곳의 매운 맛을 평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호남은 호수의 남쪽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호수는 동정호입니다. 두보의 등악양루는 바로 동정호에 있는 악양루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강(양쯔강)은 동정호로 흘러 들었다가 다시 강물이 되어 황해로 흘러갑니다. 이 동정호의 북쪽에 있는 성은 당연하게도 호북성입니다. 동정호에서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장강이 호북성으로 진입하면서 만든 도시가 무한입니다.


무한에는 악양루와 함께 중국의 삼대명루로 꼽히는 황학루가 있습니다. 삼국시대 손권이 장강을 따라 내려오는 촉군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초소 누각이 기원이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그런지 이 루에 오르면 사방 조망이 탁월합니다. 증개축을 거듭해 옛날 모습은 찾을 수 없습니다.


무한은 지금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로 완전 격리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5백만명 이상이 이미 무한시를 떠나 전세계로 흩어졌다고 하는데요. 마치 시한폭탄의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15년전 황학루에 올라 장강 건너편의 무한 시가를 바라보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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