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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Feb 08. 2020

마스크 유감

어제 점심무렵 가끔 가는 델리에 들렀습니다. 저는 이 델리의 즉석 불고기 요리를 좋아하는데, 한국인 요리사가 불쇼까지 하면서 익혀주는 것이 제법 그럴 듯 합니다. 한달에 두어번은 가는 집이라 곧 요리사와는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묻고 농담도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나쁜 넘으로는 안보였는지 가끔 김치를 끼워주기고 하고, 고기 몇점 더 얹어 주기도 합니다. 사람 마음이 또 간사해서 그게 무엇이라고 덤을 받아들고 나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듯 합니다.


점심시간은 델리가 가장 바쁜 시간입니다. 그는 가스불 세개를 켜놓고 한꺼번에 세가지 요리를 해 냅니다. 진정한 멀티 태스킹입니다. 손으로는 열심히 후라이팬을 뒤척이며, 앞에 서 있는 저에게 몇마디 말을 건넵니다. 요리 와중에 말을 하면 음식에 침이 튀지 않나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델리 요리사들은 전부 침 튀는 것을 방지하는 투명 가리개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것인데 뉴욕에서는 그리 흔치는 않습니다.  

한국이 마스크가 완전히 동이 났데요.
네 저도 뉴스 봤습니다.
하도 걱정들을 해서 제가 여기서 사서 한국으로 좀 보냈어요.
잘하셨네요.
그런데 참 신기해요. 여기서 마스크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 뿐이거든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아 정말 그러네요.


우리 둘이 한국말로 떠드는 것을 옆에서 요리를 기다리던 미국인들이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사스도 겪어봤고, 메르스도 거쳐왔지만 이번처럼 마스크 품귀사태가 벌어졌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국 수요가 감당을 할 수 없는 지경에다 이 참에 한 몫 잡아보겠다는 사람까지 겹쳐서 아마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미국에서 마스크를 하는 경우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있을 때 입니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아 저사람 감기 걸렸구나, 아 저사람 코로나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피합니다. 건강한 분이라면 뉴욕에서는 마스크를 하고 다니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오해받지않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니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마스크가 이리 품귀라니 안타까운 마음에 몇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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