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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18. 2020

뉴욕의 코로나 풍경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뉴욕 뉴저지는 매우 심각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애써 회피하려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마침내 마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마도 지난 한달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느꼈을 그 공포, 불안이 이제 맨하탄에도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누가 걸어다니는 바이러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뉴욕도 각자도생이 시작된 것이다. 자본주의 의료시스템에 의존하는 미국은 과연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에도 굳건히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통금이 시작되었다. 8시 이후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뉴저지의 한 조그만 타운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는 뉴저지 전체로 확산되었고, 뉴욕도 일부는 시행에 들어갔다. 내가 살고 있는 티넥도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집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다.장기전을 대비해 조촐하지만 와인을 6병 샀고, 맥주도 한박스 샀다.  

짐에서 메일이 왔다. 월요일(3/16)부터 당분간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아 자주 이용하는 짐인데, 코로나가 끊어버린 나의 첫번째 루틴이다. 짐을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벌써 아랫배가 튀어 나오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속으로 키워놓은 내 근육은 어떻게 할 것이며, 3K 미션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식당은 테이크 아웃 주문만 받는다. 더 이상 누구도 식당에 앉아서 음식을 즐길 수 없다. 사람들이 앉아 있고 싶어도 식당이 거부한다. 팁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은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커피숍도 마찬가지. 자주 들르는 스타벅스, 파리바게트 어느 장소도 예외가 없다. 그나마 아예 문을 닫지 않고 커피를 파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학교도 휴교에 들어갔다. 대개 4월초에 시작되는 봄방학을 고려하면 3주간의 긴 휴교다. 그런데 이 휴교는 그냥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학사일정은 그대로 진행된다. 지난주, 각 학교는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준비 상태를 점검하였다. 예를 들면 집에 와이파이는 있는가,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는 있는가를 조사하였고, 그걸 통해 구글 클래스에 접속하는 연습도 마쳤다. 어제부터 선생님들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출석 점검, 과제 제출, 퀴즈 진행 등 실제 교실에서 하는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교감과 슈퍼바이저들의 선생님 출석 점검도 꽤 요란했던 모양이다.


출근길, 하루 10만대 이상이 지나다니는 조지워싱턴 브릿지는 일요일 아침같이 한산하다. 톨 게이트 통과에 30분은 족히 걸리던 것이 이지패스 감지 속도에 맞춰 속도를 줄여야 할 정도이다.맨하탄의 맨 서쪽 9W에서도 차들은 마음껏 달린다. 주말이나 휴일이 아닌 때, 이렇게 전속력으로 달리기가 쉬운 일인가.


오른손에 힌 장갑을 끼고 37가에서 35가의 내 사무실까지 걸오오는 길, 기름끼가 좍 빠진 것 같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길거리는 건물 보수공사에 열중하는 인부들과 어슬렁 거리는 홈리스 들과 나같은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들만 보인다.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 사람이 없으니 걸을 맛이 난다. 지난주보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 대부분 동양계이고 흑인 한명, 백인도 한명 보았다.


비가 내렸고, 목련이 꽃망을 터트렸다. 집 옆 축대에 난데없는 수선화도 폈다. 봄은 천지 사방을 꽉 채우며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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