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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Mar 21. 2020

코로나, 꺼진 불도 다시보자.

나는 누구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 과정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와 비슷한 눈높이로 평가를 해주고 있는 해외 언론들을 볼때마다 '국뽕'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동안 배양된 우리의 숨은 실력이 위기의 순간에 발휘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창 온라인을 달군 '국난 극복이 취미'라는 말도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 흐뭇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간 염려가 없지 않다.


나는 세가지 이유로 우리가 계속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길거리의 늘어나는 사람들이다. 출근길에 서울에 있는 친구와 통화했다. 잠잠하던 식당과 카페와 교외 지역에 사람이 다시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한달여간 바깥 구경을 못했으니 어디가서 시원한 바람이도 쐬고 싶을 것이다. 젋은이들이 주로 가는 클럽에는 사람들로 미어터진다고 하고. 젊은 친구들의 무모함은 한국만의 이슈는 아니고 미국도 지금 뉴스 시간마다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고는 애원이 이어질 정도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는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피하라고 계속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Social Distance에 무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둘째, 책임공방이다. 일치단결하여 코로나에 맞서던 최일선에서 자꾸 잡음이 일어나는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각 당사자들의 긴장이 이완된 결과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너무나 긴박한 상황 앞에 각자의 이해관계는 우선 뒤로 미루고 눈앞의 불길 잡기에 서로 집중하다보니 갈등요인이 있어도 참거나 미루거나 했을 것이다. 그게 어느정도 불길이 잡히는 국면에서 불거지는 것 같다. 잘잘못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다. 불만이 있어도 아직은 의료 현장에 힘을 실어줄 때다.


셋째,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다. 이 두 지역의 확진자 증가 속도를 보고 있노라면 아침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이다. 내가 살고 있는 뉴욕 뉴저지 지역도 확진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아무리 엄격하게 통제해도 어딘가에는 빈곳이 있게 마련이다.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귀국하는 우리 국민들의 확진 사례가 연일 보고 되고 있는 것이 방증이다. 이것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의 통제 영역의 한계 때문이다.


나는 이미 방역 모범국의 면모를 전세계에 과시한 우리가 자칫 방심하여 또다시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꺼진 불도 다시 살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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