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Apr 25. 2020

코로나 풍경

1. NFL Draft


4월 23일 저녁,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 NFL의 드래프트가 있는 날입니다. 이 드래프트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행사라 3대 공중파 방송중 하나인 ABC에서 실황을 생중계할 정도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재학중이라도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프로에 진입하는 첫 관문인데요. 드래프트에서 뽑히더라고 주전이 될 확율은 매우 낮고, 또 주전으로 뛰더라도 붙박이가 되기 위한 경쟁은 너무 치열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드래프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지난 시즌 성적이 저조했던 팀들은 이 드래프트를 통해 큰 돈 들이지 않고 팀 전력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선발에 매우 신중을 기합니다. 팬들도 자연스럽게 어떤 선수가 자기들 팀에 오는지 각자 예측하면서 이 중계를 지켜봅니다. 전략적으로 선수 선발권을 다른 팀에게 넘기는 경우도 있고, 서로 자리를 맞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런 재미 덕분에 Netflix에서는 드래프트 과정을 영화로 만들기도 했습니다.(Draft Day, 2014)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형 스포트 이벤트가 사상 초유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커미셔너, 각 팀의 매니저들, 선수들 모두 이전 같으면 한 장소에 모여서 진행했을 것을 어제는 각자 자기 집 혹은 사무실에서 화면을 보면서 한 것입니다. 이색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또 자연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2. Tex World


뉴욕 재빗 센터에서 매년 1월과 7월 두차례 열리는 텍스월드는 미 동부지역의 가장 큰 원단 전시회입니다. 전세계에서 매번 600 ~ 800여개 업체가 시즌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합니다. 전시장도 너무 넓고 참가업체도 너무 많아서 3일동안 개최되는 전시회 기간동안 전체 부스를 둘러볼 수 조차 없을 지경입니다. 주최측에 따르면 약 5천명~ 6천명 정도의 바이어가 다녀간다고 합니다. 원단 생산 회사는 새로운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고, 패션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새로운 원단 공급업체를 발굴할 수 있는 장입니다. 


저도 매년 2012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지금까지 참가해왔습니다. 다만 2020년 1월은 텍스월드가 아닌 다른 프리미엄 전시회에 참가하느라 텍스월드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7월은 다시 참가하려고 지금 준비중인데 다 아시다시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4월 23일 주최측으로부터 아래 내용이 포함된 메일을 받았습니다. 


 After careful assessments and evaluation of developments of COVID-19 and its impact globally, in the US and specifically in New York City, we have made the decision to host the 2020 summer edition of these co-located events on a virtual platform.


Virtual Platform으로 전시회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원단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익사이팅하지 않습니까? 뭔가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질 것만 같은 것이 말입니다. 


3. 생일 파티


맨해튼에는 매주 목요일 점심을 같이 하는 런치 메이트가 저를 포함하여 4명 있습니다. 다들 대학 동기들입니다. 한 친구는 학교 다닐때부터 잘 알던 친구이고 두명은 뉴욕에 와서 알게된 친구들입니다. 매주마다 호스트를 정해서 점심도 사고, 커피도 사고 하는데요. 우리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업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등등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이민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어버립니다. 정말 좋은 친구들이죠. 점심만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술이 고플 때는 또 날을 정해서 저녁에 취하도록 마십니다. 혹시 출장이라도 누가 다녀올라치면 좀 값나가는 술을 사와서 협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친구의 생일파티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축하해줘야하는 것이 친구의 도리지 않습니까. 그 도리에 묻어서 또 술도 한잔 하고, 그게 인생살이의 맛일 것입니다. 4월에만 두 친구의 생일이 있습니다. 지금 어디에도 문을 연 식당이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친구 집을 찾아가 축하파티를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궁즉통! 우리는 온라인 생일파티를 열었습니다. Happy Birthday to You를 부르고 와인잔을 들고 건배도 했습니다. 화면을 보며 긴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목소리가 높아졌을 것입니다. 별로 재미 없을 것 같습니까? 글쎄요. 만나서 마실 때나 화면 보고 마실 때나  술병을 세어 보니 큰 차이 없었습니다. 


코로나는 거리 두기와 함께 가까이 두기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이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