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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un 19. 2020

Juneteenth Day

미국의 기념일 혹은 공휴일은 대개 무슨 달 몇째 주 무슨 요일 이런 식입니다. 추수 감사절을 제외하면 대부분 월요일인 경우가 많습니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까지 긴 주말 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이런 룰에 예외적인 것들이 있는데요, 그것은 콕 집어서 그 날짜 자체를 기념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새해 첫날, 독립기념일, 크리스마스가 그 경우입니다. 마치 이런 날들은 각자의 생일과 같아서 연휴를 만든답시고 억지로 날짜를 바꿀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런 기념일들 중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기념일이 하나 있습니다.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로 알려져 있는 6월 19일이 그것입니다. June Nineteenth의 합성어 입니다. 연방정부에서 정식으로 지정하는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날을 공휴일이나 기념일로 지정한 주정부는 모두 47개주나 됩니다. 나이키 같은 회사는 자체적으로 공휴일로 지정해서 전 직원이 출근하지 않습니다. 트위터도 올해부터는 공휴일로 지정하였습니다.


1865년 6월 19일 연방군 출신으로 텍사스 사령관에 임명된 Gordon Granger 장군은 Texas, Galveston에서 텍사스의 모든 노예를 해방하고 노예 제도를 금지한다는 연방정부의 명령을 발표합니다. 텍사스는 당시만 해도 연방정부의 외곽지역에 속해 있어서 연방 군대의 힘이 충분히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주에서는 노예제도가 금지되었고, 이것을 감시하는 연방 군대가 각주에 주둔하고 있었지만 텍사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북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예제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날 Granger 장군의 포고령 발표 이후 미국에는 노예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준틴스 데이는 Freedom Day, Jubilee day, 혹은 Cel-Liberation Day 라고도 불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클라호마의 털사(Tulsa)에서 대규모 선거 유세를 하려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20일로 날짜를 바꿔야만 했습니다. 털사는 1921는 흑백 인종 갈등으로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36명(흑인 26명, 백인 10명), 연구자들에 의해 300여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매우 큰 상처가 남아있는 도시입니다. 이 사건은 이후 70여년 동안 역사에 묻혀있다가 90년대에 들어온 이후 비로소 재평가와 함께 활발한 조명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백인에 의한 흑인 공격이었습니다.


바로 이 노예해방의 날 6월 19일에 백인들의 집단 린치로 흑인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만 했던 인종갈등의 도시 털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까요? 마치 우연처럼 보이는 날짜와 장소의 선택이 트럼프 진영의 핵심 선거전략이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위 글은 2020년 쓴 것으로 Juneteenth Day는 2021년부터 미 연방 공휴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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