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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10. 2021

9월, 풋볼이 시작되는 달

스포츠는 선수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습니다. 갈고 닦은 실력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선수들은 보람없는 땀을 흘린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광하는 관중들은 모든 운동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런 부분을 극대화한 것이 프로 스포츠 입니다. 내가 응원해야할 팀과 야유해야할 팀이 아주 선명하게 그려지거든요. 국가 대항전이 우리의 심장을 들끓게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9월은 풋볼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많은 미국 남성들은 프리시즌이 열리는 8월부터 풋볼 뉴스를 쫓아다니다가 시즌이 시작되는 9월부터는 아예 풋볼 중계 시간에 자기 라이프 스타일을 맞출 정도입니다. 9월 9일 목요일에 마침내 2021/2 시즌 개막전이 열렸습니다. 전년도 우승팀 템파베이 버캐티어스와 이름값 못하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간의 경기는 클래식 톰 브래디를 보여준 멋진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경기가 열리는 그 시간에 하필이면 테니스 US OPEN WOMEN'S SEMI FINAL이 열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결승전도 아니고 준결승이 뭐 그리 대단하겠나 하겠지만 올해 준결승전은 다른 해 준결승과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4명중 2명이 10대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와 아마가 함께 출전하기 시작은 OPEN ERA에 10대가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 두명이 나란히 오른 것은 1999년 이후 올해가 처음입니다. 1999년에는 마르티나 힝기스와 세레나 윌리암스가 주인공이었죠.


레일라 페르난데스는 캐나다 선수인데 대회 참가할 때는 18세였으나 대회 기간중 생일이 지나면서 19세가 되었습니다. 3라운드에서 랭킹 3위 나오미 오사카를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고, 이후 차례로 자기보다 랭킹도 높고 경험도 많은 선수들을 물리치면서 4강에 올랐습니다. 4강 상대는 랭킹 2위 사바렌카(SABALENKA) 였습니다. 레일라는 운동복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봐도 파워가 넘쳐 보이지는 않는데, 아마도 평상복을 입고 있으면 그저 여리여리한 여대생 정도로 보일 듯 합니다.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10대인 레일라를 응원했고, 저도 레일라를 응원했습니다.  레일라는 실력도 출중하지만 인터뷰를 듣다보면 아 저 어린 선수가 저리도 생각이 깊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듣기 좋아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인데 그것이 참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든요. 일방적으로 레일라를 응원한 관중들도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어진 두번째 4강전의 또다른 10대 선수는 이미 윔블던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엠마 라두카누입니다. 18세입니다. 영국 국적의 선수이지만 태어난 곳은 캐나다의 토론토입니다. US OPEN이 캐나다 10대들의 잔치마당이 된 셈입니다. 상대인 그리스 국적의 사카리(M. SAKKARI) 선수는 남자를 연상시킬 정도로 당당하고 힘이 넘쳐 보이는 선수입니다. 엠마는 1세트를 6:1로 간단하게 사카리를 제압해 버렸습니다. 이 두번째 경기도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엠마를 응원했는데, 사카리의 응원 유도에 호응하는 관중이 별로 없어서 안스러워보일 정도였습니다.


메이저 준결승에 오를 정도면 실력차이는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날의 컨디션, 약간의 운, 응원의 힘이 합쳐져서 승부가 결정될텐데, 사바렌카도 사카리도 응원의 힘에서 레일라와 엠마에 일방적으로 밀린 것이 결국 승부를 결정지은 변수아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10대들의 결승전, 정말 가슴 떨리지 않습니까.


이렇게 테니스에 혼을 뺏기고 있을 그 시간에 톰 브래디는 또 최고 전성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언제나 방심할 수 없는 브래디의 마지막 1분. 이것이 카우보이즈에게는 화근이었습니다. 28:26으로 지고 있던 카우보이즈는 후반 막판 공격권을 뺏은 다음 지난해 부상이후 무려 300여일 이상의 공백기를 딛고 이날 첫 출전한 닥 프리스캇의 지휘아래 침착하게 벅스 진영 중간 지점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날 필드골을 두개나 미스한 그렉의 48야드 필드골이 벅스의 골대를 뚫었을때 남은 시간은 불과 1분 29초. 29:28 역전.


뒤집었으나 불안한 카우보이즈, 브래디 타임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브래디에게 마지막 1분은 거의 영원이나 다름없는 시간. 타임아웃 없는 1분 29초 동안 벅스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고, 카우보이즈는 거의 혼이 나가 있었으며, 보는 사람들은 잠시도 숨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1분여 만에 벅스는 카우보이즈의 10야드 라인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해 버립니다. 벅스의 필드골 성공. 승부는 31:29, 벅스의 재역전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풋볼 보랴, 테니스 보랴, 왔다리 갔다리 얼마나 정신이 오락가락했겠습니까. 이쪽 광고하면 저쪽으로 돌리고 저쪽 광고하면 이쪽으로 돌리고. 그러다 놓친 중요한 장면은 되돌리기로 보고. 정말 바쁜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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