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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14. 2021

일본을 생각함.


일본이 무장을 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절대로 일본이 아시아를 지배하는 군사 강국이 되는 것을 허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설사 미국의 필요에 의해 일부 무장이 허용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철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물론 진주만의 기억때문입니다. 20세기 이후 일본을 제외하고 미국 본토를 정규 군대로 공격한 나라는 없습니다. 러시아(당시는 쏘련)는 케네디 대통령의 엄포에 물러선 바 있고, 중국이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어디까지나 방어 목적이지 공격용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일본은 미국의 빰을 때린 유일한 나라입니다. 미국이 절대로 잊을 수 없고 용서하지도 않았으며 되풀이되게 해서도 안되는 나라인 것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때 아베가 금 퍼터를 들고 부리나케 미국으로 달려와 트럼프를 알현한 장면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스가가 백악관을 방문했을때, 바이든의 햄버거 푸대접에도 입도 벙긋하지못한 장면도 생생합니다. 고이즈미는 부시의 푸들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미국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죠. 1985년의 플라자 합의는 일본이 좀 고개를 쳐드는 기미를 보이자 미국이 나서서 한방에 일본을 무릎꿇린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아무리 강대국 어쩌고 해도 일본은 결국 미국의 손바닥안에 있는 손오공에 불과합니다.


미국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잘키운 자식같은 귀한 존재입니다. 미국인 수만명이 목숨을 바쳐서 지켜준 나라이고, 미국의 원조로 겨우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있고, 베트남에서는 같이 총들고 싸운 전우이기도 했죠. 그런 그저 오냐오냐하던 나라가 이제 좀 등치를 키워 제법 의견도 내고 때로는 반발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떡하니 수십조짜리 밧데리 반도체 공장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좀 골치아픈 자식이기는 해도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는 할 것입니다. 


지금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는 한국전 참전 용사의 이름을 새기는 기념물 건립 공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여기에는 미국인 참전 용사뿐만 아니라 미군과 함께 했던 우리 군인 7천여명의 명단도 함께 기록될 것이라고 합니다. 한때 미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이라고 했던 6.25가 이제는 미국 정치의 한 가운데서 당당한 미국 역사의 자랑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전국적 단위는 아니지만 한국어를 World Language 중 하나로 채택하는 학교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화 영역의 확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 일본이 매우 초조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려오다 이제는 일본을 추월하려는 한국을 보면서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초조하고, 한국에 어떻게든 태클을 걸어서 쓰러뜨리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서 초조하고, 기껏 건 태클에도 끄떡없는 한국을 보고 더 초조하고, 미국한테는 찍 소리도 못하니 속상하고. 저는 일본이 하루빨리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변화에 적응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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